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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세먼지

입력
2015.10.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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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아키바레(秋晴ㆍ추청)’는 맑게 갠 가을 날씨를 가리킨다. 일본에서 개발돼 국내에도 널리 보급된 쌀 품종 이름이기도 하다. 원음이 살짝 바뀐 ‘아키바리’는 한동안 일반미의 대명사였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누렇게 익은 벼가 넘실거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그런데 같은 뜻인 ‘닛폰바레(日本晴)’란 말은 실소를 자아냈다. 맑은 가을날씨가 마치 일본의 전유물이기라도 한 듯한 발상이 ‘파란 가을하늘과 맑은 날씨’가 한국의 자랑거리라고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어찌 그리 비슷했던지.

▦ 더는 그런 실소도 어렵게 됐다. 며칠 동안의 출장으로 누린 도쿄의 가을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상쾌했다. 며칠 째 미세먼지(PM10)에 뒤덮인 서울과는 딴판이다. 21일 올 가을 최초의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의 하늘이 사흘째 뿌옇게 흐린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남쪽의 왼쪽 절반에 연일 ‘경계’ 수준의 미세먼지에 덮였다. 한반도 상공 좌우로 고기압이 자리잡는 바람에 생긴 기압 골짜기에 진작에 바람에 날아갔어야 할 미세먼지가 고인 결과라고 한다.

▦ 우연한 기압배치만이 이유는 아니다. 가을 가뭄도 심각하다. 비만 자주 왔어도 미세먼지 농도는 크게 낮아질 수 있었다. 건조한 대지도 흙먼지를 피워 올린다. 여기에 봄철의 황사처럼 중국에서 밀려 들어온 스모그도 겹쳤다. 석탄에 주로 의존하는 중국의 난방이 시작되면서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 한반도로 날아들었다. 추위가 본격화하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중국이 난방연료를 천연가스 등으로 바꾸는 데 10년 이상은 걸린다니 30~50%에 이른다는 중국 요인은 앞으로도 당분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 그런데 나머지 절반 이상은 국내요인에 좌우된다. 도회지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인간활동의 결과물이다. 자동차나 건설중장비 등의 배기, 공장의 매연, 음식물 조리 등이 주되다. 자동차 가운데서도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각급 레저용차량(RV)을 비롯한 경유차 선호에 따른 배출규제와 함께 건설중장비와 화물차, 관광버스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국내 요인을 절반만 줄여도 현재와 같은 미세먼지 사태는 피할 수 있다. 그래야 청명한 가을날씨도 되찾을 길이 열린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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