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실장 "작년 9월 보고받아" 밝혀… 올 9월 대통령 보고까지 은폐 의혹
野 “국방장관 때인 작년 1월에 이미 알고 있지 않았나” 공세엔
金 "아마 실무진은 알았을 것" 발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9월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4가지 핵심기술을 이전 받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9월에서야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할 때까지 1년 동안이나 은폐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 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1월부터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궁하며 정확한 보고 시점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해 삐걱대는 KF-X사업을 둘러싼 책임론이 다시 김 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실장이 이날 국감에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해 KF-X개발에 필요한 4개 기술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두 차례다. 김 실장은 차기전투기(F-X) 기종으로 선정된 F-35를 방위사업청이 미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한 지난해 9월을 거론하며 “‘KF-X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받을 수 없으나 계속 노력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장에 앞서 지난해 6월까지 국방장관을 맡았던 시기에는 몰랐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어 “올 6월 8일 청와대 국방비서관 주재로 방사청 관계자들을 불러 토의를 마친 뒤 관련 사실을 추가로 보고 받았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대통령에게는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김 실장의 국방장관 당시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권은희 의원은 2014년 1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 분과위원회를 거론하며 “회의에서 ‘KF-X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별도 확보가 안 된다’는 발언이 나온다”며 “방추위 위원장인 국방장관이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실장이 “아마 실무진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자 권 의원은 “KF-X의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한데도 두 달 뒤인 3월 열린 방추위에서 F-X기종을 F-35로 변경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도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사퇴만으로는 안 된다”며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어 이병기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됐다는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에 대해 “올 9월 22일”이라고 밝혔다. 언론보도로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방사청을 상대로 감찰을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김 실장이 주장하는 최초 보고시점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년이나 지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대통령 보고) 업무 루트는 국방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을 통해 올라가게 돼 있었다”며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으로 눈총을 샀다.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펜타곤(미 국방부)를 찾아 4개 기술의 이전을 요구했지만 재차 거부당해 ‘망신외교’를 자초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대통령도 그 전에 (미국의 방침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별도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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