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놓고 한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또 패소했다. 식물ㆍ동물ㆍ광물 등 자연물에서 추출해 만든 천연물신약은 현재 양의사에게만 처방이 허용돼 있어 한의사들의 반발이 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한의사 2명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천연물신약 ‘레일라정’의 국민건강보험 급여혜택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국피엠지제약이 당귀 천궁 홍화 등 12개 생약으로 개발한 레일라정은 골관절증 치료에 쓰는 천연물신약으로 2012년 11월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던 한의사들은 2013년 “레일라정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에서 빼달라”며 소송을 냈다. 환자들은 해당 약을 1정당 480원 중 건강보험 혜택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부담하는데, 건강보험 급여를 없애 약의 유통을 줄이겠다는 것이 한의사들의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한의사들에게 이번 소송을 낼 원고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의사는 한방원리에 따라 생약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만을 처방할 수 있다”며 “레일라정은 서양의학 원리로 제조한 생약제제라 급여 취소와 무관하게 한의사들은 처방할 수 없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둘러싼 한의협과 정부 간 행정소송은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며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한의협은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양의사에게만 부여한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가 무효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식약처 고시는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한의사들도 천연물신약을 처방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고시 개정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올해 8월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황병하)는 “한방원리가 아닌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생약으로 제조된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아니어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식약처의 손을 들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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