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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 화석 루시에서부터 미군 유해 발굴까지 “뼈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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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 화석 루시에서부터 미군 유해 발굴까지 “뼈는 말한다”

입력
2015.10.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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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진주현 지음

푸른숲 발행ㆍ344쪽ㆍ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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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은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인류 조상을 찾기 위한 발굴을 시작했다. 74년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을 발굴하던 도널드 조핸슨 교수팀도 그들 중 하나. 탐사하던 지점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간 어느 날, 그는 사람의 팔꿈치 뼈를 발견했고 베이스캠프 축하파티에서 틀었던 비틀즈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를 따라, 화석의 이름을 루시로 붙였다. 발굴 당시 몸의 40%에 해당하는 뼈가 남았던 루시는 자몽 한 알만 한 뇌를 가진 12살짜리 여자아이였는데, 다리뼈와 골반은 꼿꼿했다. 이를 연구한 저서 ‘최초의 인간 루시’는 “사람을 사람이게 만들어준 첫 번째 변화는 두뇌 용량이 아니라 직립보행”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루시’는 인류학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새내기 교수에서 일약 세계적인 인류학자가 된 조핸슨 자신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 수 없어” 동아프리카 필드스쿨로 떠난 여대생이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뼈의 세계’에 입문한 지 10여년 후 법의인류학자가 된 진주현이 풀어놓는 ‘뼈 이야기’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에서 미군 유해를 발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저자는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통해 자연과학, 인문학의 여러 지식을 할머니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들려준다.

뼈는 한평생 계속해서 오래된 세포가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오래된 뼈를 먹어 치우는 파골세포, 새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작용으로 뼈가 재형성 되는 시간은 대략 3~4개월 정도. 어린아이의 경우 이 과정이 놀랍도록 빨라서 산도를 통과하다 어깨뼈가 부러진 신생아의 엑스레이를 보면 단 4주 만에 골절의 흔적이 없어지기도 한다. 죽은 사람의 뼈를 보면 나이와 성별, 먹었던 음식, 심지어 몸을 많이 썼던 사람인지, 생전에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3장은 5억년 전 탄생한 척추동물의 흔적부터 최근 발견된 인류 진화 화석까지 진화 연구를 진일보시킨 중요 장면들을 추적하고, 4장은 저자의 전공인 죽은 뼈를 통해 신원을 밝히는 과정을 담았다.

방대한 지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뼈의 신세계’를 소개하는 저자의 말발이 수준급이다. 4장 30개 키워드로 이뤄진 책은 어느 부분부터 펼쳐 읽어도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저자는 28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이 책을 주제로 대중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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