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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가 화성에 간다면

입력
2015.10.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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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앤디 위어 지음ㆍ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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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이 화제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The Martian’) 또한 SF로는 드물게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에 자리잡고 있다. SF가 척박한 한국의 독서 환경을 감안할 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작가 앤디 위어가 2009년부터 블로그에 연재했던 이 소설은 2011년 독자들의 요청으로 전자책 자비 출판을 거쳐 2014년 정식 출판된 작품이라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화성 탐사의 세 번째 계획인 아레스 3에 참여해 동료들과 함께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다. 아레스 3팀은 화성에 거주용 막사를 짓고 본격적으로 탐사에 나선다. 하지만 엿새 만에 예기치 못한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임무는 중단되고 궤도로 복귀하라는 항공우주국(NASA)의 지시가 떨어진다. 긴급 탈출을 위해 우주선으로 가던 와트니는 폭풍으로 공중을 날던 가느다란 막대형 수신안테나가 몸을 관통하는 부상을 입는다. 동료들은 마크가 죽었다고 판단해 구조를 포기하고 화성을 떠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가로 떠날 수도, 통신 두절로 지구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과학자의 감각을 살려 분투한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실험용으로 가져갔던 씨감자를 재배하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수년 동안 화성에 버려졌던 통신위성을 수리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수많은 위험과 난관이 앞을 가로막지만, 그는 낙천적 사고와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버틴 끝에 자신을 구하러 다시 온 아레스 3호의 팀원들과 만난다.

이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혼합해 놓은 듯한 매우 단순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TV 드라마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맥가이버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로 매우 흥미진진하다. 껌 종이나 덕트 테이프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단순한 임기응변을 넘어 깊고 풍부한 과학 지식이 종횡무진 동원된다.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80도, 대기의 95%는 이산화탄소다. 완벽한 지식과 철저한 계산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극도로 적대적인 환경이다. 이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화성 탐사를 다녀온 사람의 체험기를 읽는 듯 실감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자기장이 없어 나침반도 사용할 수 없는 화성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알까? 그는 16세기 과학사에 등장하는 육분의(두 점 사이의 각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광학기계)를 만들어 사용한다.

“위도와 경도. 그게 열쇠다. 위도는 쉽다. 먼 옛날 지구의 뱃사람들은 위도를 쉽게 파악했다.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은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다. 화성은 25도가 조금 넘게 기울어져서 데네브를 가리키고 있다. 육분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부가 뚫린 관 하나와 실 하나, 추 하나, 각도가 표시된 도구만 있으면 된다. 나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육분의를 만들었다.”

작가 앤디 위어의 아버지는 입자물리학자이고 어머니는 전기기술자인데다 본인은 20년이 넘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현직 프로그래머라고 하니 과학과 기술, 그리고 컴퓨터지식을 결합한 상상력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소설의 흥행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SF를 독자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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