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등 예탁금 비과세 혜택 폐지…농민은 만능통장 가입도 어려워
각종 금융 비과세 혜택에서 농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예탁금과 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농민 대다수는 비과세 만능통장으로 관심을 모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도 가입할 수 없어서다. “농민들한테 세금을 더 걷어 도시민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로 일몰(제도 폐지)이 도래하는 조합 등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 과세특례규정의 일몰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5개 상호금융에 넣는 예탁금은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됐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예탁금 이자에 5% 세율로, 내후년부터는 9% 세율로 분리과세 하기로 했다. 조합의 종자 돈인 출자금도 내년부터 과세된다. 현재는 5개 상호금융에 넣는 출자금 1,000만원까지는 배당소득 등에 대해 과세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예탁금과 마찬가지로 5% 세율(2016년부터 9%)로 배당소득이 과세된다. 농민 등의 재산형성 지원과 조합 활성화 목적으로 1976년 도입된 예탁금, 출자금 비과세가 39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예탁금과 출자금 비과세 폐지에 따라 정부는 적잖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따르면 지난해 예탁금 비과세에 따른 조세지출(세금 감면) 규모는 9,203억원(추정치)인데, 5% 과세 시 세금 감면 규모는 2,906억원으로, 9% 과세 시 1,615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인데다 저소득층이 많은 농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농협 예탁금 가운데 비과세 예탁금은 64조여원인데, 농민들 위주인 조합원 예탁금 비중이 18.9%인 12조862억원에 달한다. 비과세 혜택을 없앨 경우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거란 얘기다. 이와 관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탁금 비과세 일몰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ISA 역시 농민들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ISA는 예ㆍ적금이나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개별적으로 투자하던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 여기서 5년간 발생한 이자ㆍ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상품인데 정부는 가입 대상을 근로ㆍ사업소득자로 한정하고 있다. 사업자로 등록한 극소수를 제외한 90%이상 농민들은 ISA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ISA 신설로 예상되는 세금 감면액은 연간 5,500억원. 이에 대해 한 농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도시민에게 ISA로 인심을 쓰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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