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1일과 22일 최종 후보 낙점을 위한 중대 고비를 잇따라 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경선 불출마 선언(21일)으로 큰 부담에서 벗어나자마자, 22일에는 공화당이 클린턴 전 장관을 정조준하고 마련한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정략적 성격이 강한 청문회를 무난히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8시간이 넘는 장시간 청문회여서 돌발상황을 배제하기 힘들다.
클린턴 전 장관은 22일 오전 미 하원 ‘벵가지 특위’에 출석, 오후 늦게까지 공화당 소속 청문위원들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특위는 명목상으로는 2012년 9월11일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이 무장괴한 습격을 받는 바람에 리비아 주재 대사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의 진실 규명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국무장관이던 클린턴 전 장관의 책임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
트레이 가우디 위원장 등 공화당 소속 7명 위원과 5명의 민주당 위원이 나선 청문회는 예상대로 출발부터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검사 출신인 가우디 위원장과 공화당 의원들은 심문조로 클린턴 전 장관을 몰아붙였다. 공화당은 ▦괴한들의 습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공관에 대한 치안ㆍ경계를 소홀히 했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이메일 스캔들’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클린턴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도 잊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행태가 진실 규명보다는 대선 후보 상처내기에 초점이 모아졌다고 반박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벵가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어진 다수의 공식 조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공화당 의원의 추궁에 적극 반격을 시도했다. 그는 이에 앞서 18일 CNN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인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서도 “청문회에 나가서 뭘 더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특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당파적 기구”라고 비판했다.
21일 하루만 놓고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행보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출마가 확실해 보이던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장남인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숨진 올해 5월 이후 가족들이 애도기간을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마자,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부통령은 좋은 친구이자 위대한 사람”이라며 “그는 오늘도 그렇고 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낙관주의와 다짐으로 충만해 있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반면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바이든이 정확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잘못된 행보를 걸어온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을 펼치게 되어 더욱 좋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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