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하원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미국 공화당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날 연방하원 롱워스 빌딩 내 대회의회실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공화당은 2012년 9월 발생한 벵가지 사건의 사전·사후대응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대응이 문제가 없었는지를 집중 추궁했고,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이 당파적 이해에 얽매인 조사활동을 펴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공화당 소속인 트레이 가우디 조사위원장은 “벵가지 사건으로 숨진 4명은 진실을 되찾을 자격이 있다”며 “당시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치안을 강화하고 장비와 사람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당시 미국 정부 내에서 어떤 대응 방안이 논의됐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청문회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청문회가 공화당이 민주당 대선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국무장관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늑장 대응을 했거나 지원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벵가지 사건은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할 비극적 사건”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은 위험한 세계에서 계속 지도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모든 테러행위를 막을 수 없으며 외교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부터 잘못된 교훈을 배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특히 “벵가지 사건으로 숨진 당시 크리스 스티븐스 주리비아 대사는 군인들이 가지 못하는 많은 곳, 다시 말해 지상군이 없으면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외교관들이 반드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고 의제에 당파적인 측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4명의 복무를 명예롭게 하고자 출석했다”며 “사건 발생 직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지연이 없었으며 지원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우리가 올바른 교훈을 배우면서 나라를 이끌어주고, 당파성을 뛰어넘는 정치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번 청문회를 비롯한 특위 활동 자체가 진상조사가 아니라 '클린턴 죽이기'를 위한 정파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비판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야 커밍스 하원의원도 “공화당 의원들이 수백만 달러의 혈세를 클린턴 후보를 공격하는 당파적 선거캠페인에 쓰고 있다”고 가세했다.
벵가지 사건은 2012년 9월 11일 무장괴한들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공격의 주체와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청문회는 벵가지 특위가 미국 하원에서 설치된 지난해 5월 이후 네 번째다.
청문회가 열린 연방하원의 롱워스 건물 주변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클린턴 전 장관과 청문회를 지켜보려고 몰려들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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