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전에 없던 북측 행사 지원인력들의 다양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상봉장의 최대 화제는 단연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 미녀 접대원들이었다. 대략 5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상봉 이틀째인 21일 공동중식이 진행됐던 금강산호텔 2층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역할로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색깔 바탕에 꽃무늬 자수가 화려하게 놓여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들은 남측 상봉단은 물론 취재진의 눈길도 단번에 사로잡았다.
남측 가족들은 “자태가 너무 곱다”를 연발하며 접대원들과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설 정도였다. 특히 가장 뛰어난 미모를 과시한 노란색 저고리의 양윤미 접대원은 “몇 살이냐”는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미소와 함께 “18살”이라고 거리낌 없이 답했다. 이들은 관광대학이나 상업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미모를 기준으로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 기간 내내 칼 같이 냉정하게 굴었던 북측 보장성원(지원요원)들도 작별상봉 마지막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비공개로 애틋한 정을 나누는 개별상봉 때도 시간이 다 됐다며 서둘러 헤어짐을 강요하던 이들이었다. 특히 이날 작별상봉에선 돌발상황을 우려한 듯 전날 보다 많은 보장성원들을 배치하며 감시와 제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랑하는 가족과의 생이별이라는 아픔 앞에서 무너지고야 말았다. 북측 의료진도 가족들과 함께 똑같이 눈물을 흘렸고, 당차게 취재에 임하던 북측의 앳된 여기자도 울먹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상봉 자리는 남한 현안을 꿰뚫고 있는 북측기자들의 최근 관심사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북측 기자들은 남측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식사 자리에 동석하는 등 스스럼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 기자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 남측 병사들이 전역을 연기하는 뉴스에 놀라움을 표했고,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의사를 밝힌 탈북자 김련희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는 이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배경, 내년 총선 전망 등을 묻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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