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내내 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지난 1일 SBS 드라마 ‘용팔이’를 끝내고 오랜 만에 찾아온 여유에 배우 주원(29)은 활짝 웃었다. 며칠 밤을 꼬박 새며 촬영했던 ‘용팔이’지만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선전했기에 버텼을 거다. 잠이 꿀맛일 텐데 뮤지컬 ‘알타보이즈’(2006)로 데뷔한 이후 9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속해서 작품을 하는 걸 보면 체력이 대단하다. 알고 보니 욕심도 남달랐다. 주원은 28일 개봉하는 영화 ‘그놈이다’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장을 냈다.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원은 “‘그놈이다’와 ‘용팔이’는 나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은 시점이라 선택한 작품”이라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실 주원 하면 변신이라는 단어가 따라 다닌다. ‘제빵왕 김탁구’(2010), ‘각시탈’(2012), ‘굿 닥터’(2013)에서 각각 악역, 일제에 맞서는 영웅, 자폐를 앓는 의사 등 한 번도 겹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더불어 ‘특수본’(2011),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2012)’, ‘패션왕’(2014) 등 액션 공포 코미디 영화에 주연을 맡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뿐 아니다. ‘그리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고스트’ 등 뮤지컬에서 활약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그간 강한 남성미나 카리스마를 보여준 캐릭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놈이다’의 윤준형 감독을 처음 만나자마자 이런 부분에 대해 어필을 많이 했죠.”
고등학생인 여동생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후 스스로 범인을 찾아나서는 장우 역의 주원은 한 바닷가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청년이다. 색이 바랜 가죽 점퍼에 세수도 안 한 듯 거무튀튀한 얼굴로 등장해 범인을 쫓는다. 동생을 살뜰히 챙기던 오빠에서 살인범에, 무능한 경찰에 분노하는 감정 연기를 해내며 화려함을 지웠다. 특히 살인범이라고 의심하는 유해진과 경찰서에서 맞닥뜨린 장면에선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울부짖었다”며 극에 달한 분노 연기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선한 청년의 이미지가 강했던 주원이 강한 남성미를 드러내고 싶은 건 30대를 앞둔 남자 배우의 솔직한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20대의 풋풋한 이미지를 버리고 30대의 원숙한 연기를 보이고 싶은 것이다. 내년 하반기 군입대도 염두에 두고 있어 생각이 많은 그다.
“안성기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를 꿈꿨어요. 선생님처럼 편안함 속에 강인함도 있고 따뜻한 부성애도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작은 표정과 손짓 만으로 감정이 전달되는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로 늙어가는 게 목표예요. 얼마 전 영화 ‘인턴’도 울면서 봤거든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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