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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의 중요성

입력
2015.10.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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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헤어진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해 속초에 모인 이산가족 분들을 직접 뵙고 한 분 한 분의 사연을 들었다. 6.25전쟁으로 헤어진 부부는 80대가 되어서야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됐고, 어머니 배 속에 있었던 아들은 환갑이 지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고 했다. 사연을 들으면서 분단의 아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긴 눈물의 세월을 보낸 우리 부모들의 아픔을 좀 더 빨리 해결하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 아프기도 했다.

길었던 이별의 시간만큼 상봉으로 가는 과정도 어렵기만 하다. 남북이 합의한 100명의 상봉 가족을 선정하기 위해 500명의 후보자를 추첨하고, 남북 적십자사가 상봉 후보자 가족의 생사와 상봉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최종 선정된 가족에게는 기쁨이 있지만, 그 반대에는 아픔도 있다. 상봉 후보자에 선정되지 못한 수많은 분들의 슬픔이다. 또한 상봉 가족 선정과정에서, 그토록 찾던 가족의 소식을 전혀 확인하지 못하거나, 사망소식을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단의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이산가족도 고령화됐다. 80세 이상의 이산가족이 절반을 넘었고 90세 이상 고령자가 7,8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고령 이산가족의 상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상봉행사에는 8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을 90%로 높이고, 부부ㆍ부자 및 형제ㆍ자매의 만남이 더 많아지도록 배려했다. 이산가족의 아픔에 크고 작음이 다르지 않지만, 고령 이산가족이 살아 있는 동안 한번만이라도 직계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고민한 대안이었다.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상봉단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2박3일 상봉 기간 중 실제 가족을 만나는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하다 보니 조금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도 2시간씩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한다. 정부는 소중한 상봉 기간 가족들끼리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북한과 협의를 했으나 이번 상봉에서는 작별 상봉을 1시간 더 늘리는 데 그쳤다.

지금과 같이 헤어진 가족의 소식도 모르고,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채 마냥 기다리게 하는 상봉 방식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이산가족 분들이 더 많이, 더 자주,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식을 확인하고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이 그 출발점이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북한에 내 가족이 살아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만나지는 못해도 생사라도 확인되면 마음의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간 전면적 생사확인이 이뤄진다면 상봉행사를 위한 초기 준비절차를 절반 이상 줄이게 돼 상봉 정례화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서신 교환, 상호 방문 등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전면적 생사확인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북한에게도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산가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도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이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남북은 8.25 합의와 9월 남북적십자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제 실천을 해야 할 때다. 분단 70년인 지금, 인류보편적 단위인 가족간의 이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도 지난 20일 속초에서 가족을 만난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 금강산으로 향하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박3일의 짧은 만남으로 60여년간 헤어짐의 슬픔이 치유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들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북한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협력해 나오기를 바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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