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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가치는 산업현장의 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해야"

입력
2015.10.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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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교수 출신 칼슨 대표

위상수학 응용 데이터 분석 SW로

통계학에 잡히지 않는 특성 밝혀

기업들이 맞닥뜨린 난제 해결

투자금 1억 달러 몰려 '수학의 기적'

세계적인 산업수학 기업 아야스디를 창업한 구나 칼슨 대표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수학은 산업계 문제들에 부딪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세계적인 산업수학 기업 아야스디를 창업한 구나 칼슨 대표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수학은 산업계 문제들에 부딪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수학은 더 이상 문제풀이나 학문적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생활과 산업의 다양한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에게 듣는 산업수학 혁신 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구나 칼슨(63) 미국 아야스디(AYASDI) 대표는 “이제는 수학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칼슨 대표는 2008년 미국 스탠포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제자와 함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업체인 아야스디를 창업했다.

칼슨 대표는 자신이 창시한 위상수학 데이터 분석 기법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아야스디에서 개발해 의료, 금융,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 이에 세계경제포럼(WEF)은 산업수학의 대표적 기업인 아야스디를 차세대 구글로 지목했고 미국 경영월간지 ‘패스트컴퍼니’는 올해 세계 10대 혁신기업 중 하나로 꼽았다.

칼슨 대표는 아야스디의 주요 성과로 제약사, 은행과 협업을 들었다. 한 대형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과정에서 탈락한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아야스디의 소프트웨어가 해결했다. 그는 “신약이 해당 병을 앓는 전체 환자가 아니라 일부 환자들에게만 확실한 효능을 나타낸 점을 밝혀냈다”며 “이후 문제점이 해결된 해당 신약은 FDA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스트레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한 유명 은행은 아야스디 소프트웨어로 자체 진단을 실시했다. 이후 이 은행은 사업 현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여기 맞는 사업모델을 다시 구축해 시험에 재도전했다.

이처럼 아야스디가 산업계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위상수학 분석 덕분이다. 위상수학 기법은 데이터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내 일종의 형태(네트워크)를 만들어 낸다. 즉, 숫자 위주의 분석에서 보이지 않던 특성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칼슨 대표는 “기존 수학이나 통계학을 이용한 분석 방식은 나열된 숫자들에 알려진 공식이나 방정식을 적용하는데 그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칼슨 대표는 제약사의 유전자 데이터, 은행의 거시경제 변수 등을 위상수학으로 분석해 해법을 제시했다. 덕분에 아야스디는 지금까지 1억달러(약 1,1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해 ‘순수수학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학을 산업에 활용하는 산업수학은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다. 칼슨 대표는 수학자와 기업이 모두 변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제 수학의 가치를 산업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수학자들도 수학이 산업에 기여할 준비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미 웨이크 뉴질랜드 마세이대 교수는 “농업과 축산업, 광업 분야의 많은 뉴질랜드 기업이 수학의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르주 헨리 코트 프랑스 그르노블대 교수는 “기업, 사회와 소통을 위한 수학회를 2011년 설립했는데 이듬해부터 48개 기업이 관여한 연구그룹이 구성됐고 스타트업 3곳이 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21~25일을 ‘산업수학 주간’으로 정하고 이번 포럼을 마련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박형주 소장은 “지난 7월부터 21개 대학에 총 27억원을 지원해 수학자와 산업계가 협력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산업계에 필요한 수학 인력 양성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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