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중국산 오염물질 겹쳐
서울 오염도 파리·LA보다 높아
"정부, 위험성·행동 요령 알려야"
일주일째 한반도를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의 60~70%가 중국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파악되면서 정책적 대응은 시급해졌다. 전문가들은 어떤 행위가 제3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는 ‘외부불경제’ 차원에서 자동차 사용과 화력발전소 가동의 제한을 제안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시화할 수도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2일 오후3시 기준으로 미세먼지(PM10) 농도는 1㎥당 경기 88㎍(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 인천 102㎍, 충남 104㎍, 전북 125㎍, 광주 98㎍, 제주 87㎍으로 ‘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나쁨’에 머물렀다. 이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태평양에 강하게 발생한 엘리뇨가 이번 가을가뭄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수패턴의 변화로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세먼지를 씻어줄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섞여 상시적인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줄인다면서 화력발전소 증설은 모순
문제는 미세먼지의 오염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에 따르면 이번 미세먼지에는 어느 때보다 납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주된 요인인 중국발 오염물질의 경우 아직은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의 30~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자동차 대수가 2005년 3,160만대에서 지난해 1억5,400만대로 5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중국의 공업화도 계속 진행 중이다.
당장 미세먼지의 60~70%를 차지하는 ‘국내산’을 줄이는 노력은 정부의 엇박자 정책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4조원을 들여 미세먼지 저감 등을 목표로 한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충남ㆍ강원 등에 11기의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2021년까지 13기를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 53기를 포함해 2021년 이후에는 총 77기의 화력발전소가 운영되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오염물질 배출통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무연탄ㆍ유연탄ㆍ경유의 연소가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11만9,980톤)의 85%를 차지했다. 전력소비 증가율이 둔화(지난해 0.6%)되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핵심 배출시설인 화력발전소를 증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위험성ㆍ대처방안 적극 알려야
서울의 2013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5㎍/㎥으로 프랑스 파리(26㎍/㎥), 영국 런던(18㎍/㎥)은 물론, 공기 나쁘기로 유명한 미국 로스엔젤레스(30㎍/㎥)보다도 훨씬 높다. 여기에 미세먼지 현상까지 겹쳐 있는 지금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현상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자동차 운전 자제 등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져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행동요령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나무를 난방연료로 떼는 북한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도 상당할 텐데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며 중국, 북한과의 협력을 조언했다.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과 관계자는 “11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대기질 개선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2017년부터 공해차량의 수도권 진입을 차단하고, 2024년까지 친환경 자동차 200만대를 보급해 미세먼지의 45%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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