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하이브리드 경제
소비를 뜻하는 영어 ‘consumption’은 소모성 질환인 폐병을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또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비는 낭비 약탈 탕진 고갈 등의 의미가 강했다고 한다. 그런 소비가 언제부턴가 경제학자들에 의해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량소비는 대량생산을 유발하면서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자본주의는 부의 불평등 문제 등을 야기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에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해 보완하고 있지만 수시로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대안은 있는 걸까.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가 심각했을 때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공산주의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구소련 붕괴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은 공산주의체제지만, 실상은 국가가 강력한 통제를 하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 가깝고, 북한 정도만 공산주의의 명맥을 잇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의 대안 체제를 모색하거나, 체제는 유지하되 '인간적, 도덕적 자본주의' 등으로 옷을 갈아입자는 변화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 이즈음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미 생산된 물품을 다수가 공유하는 협력소비를 뜻한다. 여기서 공유는 소유의 대척점에 있다. 새로운 생산이나 소유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주거나 쓰는 것이다. 우버택시, 에어비앤비,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이미 15년 전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무소유 경제체제의 탄생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우버택시 등이 등장하면서 소유보다는 ‘접속’이 의미를 가질 것이라던 그의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 리프킨 이사장은 이번 주초 대전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술포럼에서 공유경제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과 결합하면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체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유경제에서는 추가생산비용(한계비용)이 ‘0’에 가깝다는 데 주목한다. 기존 생산된 물품은 물론, IoT 등을 통해 정보와 콘텐츠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40년간은 자본주의와 공유경제가 충돌하면서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우버택시가 각국에서 기존 제도와 갈등하며 자리 잡아가는 것이 한 사례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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