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에 있는 2단지 푸르지오. 지난 9일 이곳의 전용면적 84.9㎡(6층)가 4억2,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에서 같은 면적의 매매 거래가 석달 전 4억1,500만원(4층)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 단지의 전세가는 올초 2억5,000만원(9층)에 형성됐으나 7월 4억원을 넘어선 이후 이젠 5억원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서울 길음뉴타운 지역 부동산이 요동치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86.7%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높은 성북구(82.2%)를 넘어섰을 정도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길음뉴타운 일대 아파트의 3분기 매매 가격 상승률은 3.28%로, 지난해 4분기 0.84%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전셋값 상승률도 같은 기간 0.9%에서 10.33%로 치솟았다. 업계에선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를 공략하는 이른바 ‘갭(Gap)투자’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1억원인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8,000만원에 전세를 주면 2,000만원으로 주택을 구입한 셈인데, 이 전세금이 1억원 이상으로 오르면 거의 투자금 없이 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식이다.
문제는 집단화 된 투자세력이 주택을 사들인 후 보증금을 대폭 올릴 경우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길음동 지역만이 아닌 전세난을 틈탄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매물을 내놓는 게 성행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이 전세가율 85%인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15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된 37가구 중 실거주를 위한 거래는 단 2건뿐이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갭투자는 향후 전셋값이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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