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부적격 후보' 임용 강행
시·도의회 공동 성명서 '무효' 주장
'상생 발전'이란 통합 취지 무색
김수삼 광주전남연구원 이사장이 22일 연구원장으로 내정된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적 결함과 권위적 태도를 내세워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연구원 설립 및 운영조례와 정관 상 연구원장 임명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지만 김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 형식을 빌어 허 내정자의 임명을 밀어붙였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반쪽 원장’이 탄생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시ㆍ도 통합과 상생 발전을 위한 연구원이 허 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장 양 시ㆍ도의회는 “김 이사장의 오만과 독선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ㆍ도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이사장이 허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투기와 탈루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해소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며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임명 강행이라는 독단적인 결정을 한 데 대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갈등을 부추기는 김 이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 등 향후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김 이사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ㆍ도의회의 경고는 허 원장 임명이 보여준 시대적 가치 상실에 대한 개탄의 성격이 크다. 김 이사장이 ‘광주ㆍ전남 발전 싱크탱크’를 이끌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잣대마저 무너뜨려 지역민들에게 열패감만 안겨줬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산현황 축소나 세금미납, 탈세, 주민등록법 위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받았지만 김 이사장은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려 임명을 강행했다.
문제는 허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대립과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비판 성명을 낸 시ㆍ도의회의뿐만 아니라 공무원노조도 “허 원장이 행자부 장관 시절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하며 일부 시민단체와 연대해 허 원장에 대한 임용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ㆍ도가 각 지역별로 분리돼 있던 연구원을 하나로 합치며 광주전남연구원의 출범 의미라고 치켜세운 ‘시ㆍ도 통합’과 ‘상생 발전’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임명 전부터 생채기가 난 허 원장이 직원들을 독려해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허 원장의 임명을 밀어붙인 김 이사장의 결정이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연구원의 모든 용역비를 혈세로 지원받는 연구원으로서는 허 원장 임명을 곱지 않게 생각하는 시ㆍ도 집행부와 의회의 협조를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허 원장 임명 후 “지역 사회에서의 경험, 국제 활동 역량, 전국적 시각에서 광주와 전남을 조망할 수 있는 역량, 시ㆍ도의회와의 협력과 소통, 통합에 따른 지도력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 원장이 도덕성 시비 등에 휩싸인 마당에 영(令)이 세워질지 의문이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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