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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학계열 교수들도 "헌법정신 어긋나" 국정 집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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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학계열 교수들도 "헌법정신 어긋나" 국정 집필 거부

입력
2015.10.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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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학 등 5개 학과 36명

"그 자체로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 다양한 사료·열린 해석 통해 학생 스스로 깨우치도록 해야"

국정 제작 땐 대안교재 추진

입장 발표에 이름 안 올린 8명은 연락 거부·연구 집중 등 온도차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22일 오전 서울대 인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박흥식(왼쪽부터) 서양사학과 교수와 오수창 국사학과 교수, 김태웅 역사교육과 교수.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22일 오전 서울대 인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박흥식(왼쪽부터) 서양사학과 교수와 오수창 국사학과 교수, 김태웅 역사교육과 교수.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 36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과 관련, 집필 거부를 포함해 어떤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강행하면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대 박흥식(서양사학과) 오수창(국사학과) 김태웅(역사교육과) 교수는 22일 오전 교내 인문대학 신양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계열 5개 학과(국사학, 동양사학, 서양사학, 고고미술사학, 역사교육) 교수 36명이 참여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선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그 자체로서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며 국정 역사교과서가 역사교육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봤다. 교수들은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학생이 다양한 사료, 비판적 사고, 여러 방면으로 열린 역사 해석 등에 입각해 역사 서술이 지닌 의미와 그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라며 “정부의 단일한 교과서를 통해서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도 충돌하며 세계 보편적인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현 검정교과서들이 정부의 심의ㆍ수정을 거쳤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검정 교과서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로 덧씌운 정부여당을 향해 “자신을 부정하는 심각한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한 여당 정치인들이 국사학자의 90%를 좌파로 몰고 국정화 정책을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지닌 국민을 싸워 물리칠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민주주의에 체제를 불안케 하고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끝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대안교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즉각적인 대응책으로 대안교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문적ㆍ교육적 관점에 입각한 교재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교수들에게서는 국정화 방침에 대한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이날 입장 발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서울대 역사 관련 교수는 모두 8명이다. 오수창 교수는 이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을 하나하나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국정화에 찬성하는 분들은 아니었다”며 “연구에만 집중하겠다는 분들도 계셨다”고 말했다. 실제 국사학과 A교수는 “한국역사연구회에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할 때 이름을 올려 다시 올릴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국사학과 B교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게 입장”이라고 했고, 서양사학과 C교수는 전화 자체를 거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가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역사 전공 교수가 집필 거부를 선언한 대학은 전국적으로 60곳을 넘어섰고, 거부한 역사교수 수만도 400여명에 달한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등 역사연구학회 회원까지 포함하면 2,000명이 훌쩍 넘는 교수와 연구진이 집필 거부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2,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시 집필을 비롯한 일체의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정부의 ‘균형 잡힌 집필진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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