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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버린 프로포폴 다시 써 환자 쇼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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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버린 프로포폴 다시 써 환자 쇼크사

입력
2015.10.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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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간호사 입건

쓰고 버린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재활용해 환자를 쇼크에 빠트리거나 사망케 한 의사와 간호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성형외과에 환자들이 몰려 미리 준비한 프로포폴이 다 떨어지자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빈병 속 프로포폴을 긁어 모아 다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방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 환자에게 오염된 프로포폴을 사용해 환자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상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성형외과 의사 정모(37)씨와 간호사 장모(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사건이 터진 후 해당 병원은 폐업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2월 26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김모(29ㆍ여)씨는 얼굴 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 이튿날 통증을 호소한 김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8일 사망했다. 병원 측은 김씨가 미생물에 감염돼 온몸에 염증이 나타나는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의료 폐기함에 버린 지 일주일 이상 된 주사용 프로포폴 약병을 모아 그 안에 남은 프로포폴을 주사기로 뽑아내 김씨에게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은 개봉되면 미생물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쓰고 남은 프로포폴 약병은 주기적으로 지역 보건소에 폐기 현황을 등록해야 한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3일 이 병원을 찾은 중국인 곽모(20ㆍ여)씨도 쓰고 버린 프로포폴을 맞고 수술을 받은 뒤 고열과 저혈압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곽씨의 경우 다행히 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돼 이틀 뒤 퇴원했다. 그런데도 정씨는 3일 뒤에 김씨에게 똑같이 오염된 프로포폴을 모아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 지역의 다른 성형외과에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손님을 받으면서 재고가 부족해 버려진 약물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정씨처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성형 관련 시술을 하면서 과열 경쟁을 하게 돼 성형 관련 사고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 등이 피해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때 정씨의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수액ㆍ산소 공급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환자들의 상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정씨는 다른 수술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이송할 때 동행하지 않아 환자를 넘겨받은 병원 의료진이 정확한 환자의 상태와 발병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술에 참여한 간호조무사에게서 버려진 프로포폴을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의 기관으로부터 오염된 프로포폴 재사용에 의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감정을 받아 정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정씨 등을 상대로 유사 사례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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