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 3차전에 회복·손민한 카드
김경문 감독 예언·작전 백발백중
한국시리즈 삼성은 전력·분위기↓
김경문(57) NC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재임하던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팀을 6차례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그 중 세 번은 한국시리즈까지 올려 놓았다. ‘명장’이란 수식어를 듣기에 모자람이 없지만 단 하나, ‘챔피언’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인자는 기억되지 않는’ 스포츠 세계에서 김 감독의 남모를 고충과 회한도 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정상에 섰을 때가 사령탑으로 김 감독의 유일한 우승이다. 그런 김 감독이 올해 NC를 이끌고 개인 통산 8번째 가을야구에서 ‘한(恨)풀이’ 기회를 잡았다.
희망 요소는 충분하다. 우선 두산과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NC의 경기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1차전에서 0-7로 완패한 NC는 2차전에서 8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래도 아쉬웠던 건 NC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끈한 타격이 터지지 않은 점이었다. 그러나 21일 3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정규시즌 뒤 휴식기가 있었고, 큰 경기라 긴장됐을 것이다. 3차전부터는 선수들이 편안해졌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기대대로 NC는 플레이오프 사상 한 팀 최다 득점(16-2)으로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김 감독의 신들린 듯한 용병술도 족족 맞아 떨어졌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던 김 감독은 2차전에서 현란한 작전을 구사해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두산 함덕주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을 때 타자 김성욱에게 지시했던 스퀴즈 번트는 백미였다. 김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스퀴즈 작전을 낸 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스스로도 순간의 선택에 대해 신기해 했다.
3차전 선발로 이재학 대신 손민한 카드를 꺼낸 것도 김 감독의 기묘한‘감’ 덕분이었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 오른 지난해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10승을 올리고 LG전에도 강했던 이재학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재학은 ⅔이닝 4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지며 시리즈를 내 주는 빌미를 줬다. 아픈 경험을 통해 큰 경기에선 정규시즌 성적이나 데이터보다는 관록과 경험이 우선한다는 교훈을 얻은 김 감독의 선택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투수출신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나 역시 현대 소속이던 1998년 정규시즌에서 10승을 올리고 한국시리즈에도 나갔지만 당시 26세에 불과해 심적으로 크게 동요됐다”면서 “손민한을 선발로, 이재학을 불펜으로 돌린 건 김경문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이 주축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전력과 분위기에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도 상대팀에는 호재다. 이런 외부 요인이 없었더라도 투타에서 가장 안정된 NC는 전문가들로부터 삼성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팀이다.
여러모로 김경문 감독이 만년 2인자 설움을 씻을 적기다. 과연 한국시리즈우승을 이끈다는 ‘우주의 기운’이 올해는 김경문 감독을 휘감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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