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군인 대회 통합·캐러반 선수촌… 종합 대회 첫 8개 시·군 분산 개최
식비 유료화 등 통해 수백억원 절감 종합대회는 '돈 먹는 하마' 인식 깨
지자체·자원봉사자·주민 일등공신
캐러반 분양 부탁했더니 벌써 끝나
남북이 함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

지난 11일 막을 내린 군인들의 올림픽 ‘2015 경북ㆍ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저비용ㆍ고효율 대회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매머드 스포츠대회=돈 먹는 하마’라는 공식을 깨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7.6%,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의 25%에 불과한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를 치러 호평 받았다. 대회 성공의 중심에는 2년4개월간 조직위를 이끌어온 김상기(63)조직위원장이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위치한 조직위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향후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회 성공에 대한 일등공신을 꼽자면.
“최소비용으로 국제대회를 치렀고 한국에서 열린 국제 종합스포츠 대회중 처음으로 8곳의 도시에서 분산 개최했다. 선수촌을 캐러반(이동식 숙소)으로 대체 한 것도 처음이고, 상이군인 대회를 종합 대회와 통합한 것도 처음이다. 김관용 경북지사를 비롯, 8개 시ㆍ군 지자체장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또 24시간 근무한다는 자세로 임한 조직위 직원들과 서포터즈, 자원봉사자, 지역주민들이 완벽하게 역할을 해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예편 후 야인으로 있던 중 2013년 5월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현 청와대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군인체육대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상황이 많이 어려우니 조직위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싶다고 거절했지만 김 전장관이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재정확보와 선수촌 문제 해결이 안된 상황이어서 제일 어려운 시점이었다.”
-저비용 고효율 대회라는 평가가 많다.
“처음부터 경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필요한 경기장 숫자가 총 31개였는데 8개 도시의 기존 체육관 시설을 보완하는 정도였다. 육군5종, 공군5종, 해군5종과 같은 군사종목은 국내에서 처음 열리기 때문에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건물을 짓지 않고 필드에 구조물을 설치해 모든 시설비를 187억원에 해결했다.”
-문경이라는 소도시에서 어떻게 메이저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었나.
“원래 경기 성남에 있던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으로 이전을 했다. 기본적인 체육인프라가 있으니 메이저급 대회를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구가 7만8,000명밖에 안 되는 도시지만 국제수준에 갈음하는 체육시설이 완비돼 있었다. 또 문경을 비롯 인근 8개 시ㆍ군이 서로 화합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리가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분산개최가 가능했다.”
-선수촌으로 사용된 캐러반 숙소가 인상적이었는데.
“유치할 때는 아파트를 지어서 선수촌으로 쓴 뒤 분양하려는 계획이었다. 실제 건설 입찰 공고를 냈는데 주택 붐이 빠진 상태고 문경의 자가 보유율이 108%에 달해 입찰하는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캐러반을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SIM) 처음 제안했을 땐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실사를 나온 프로젝트 매니저가 직접 보더니 “나도 호텔에서 안자고 여기서 자고 싶다”며 극찬했다. 선수촌 아파트를 신축한다면 800억원이 필요했지만 캐러반으로 35억원에 해결했다.”
-캐러반 민간 분양 신청에서 위원장께서도 탈락했다는데.
“문경 시장에게 특별히 부탁했는데 ‘인터넷으로 선착순 분양이 끝나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포기했다.”(웃음)
_대회 식비까지도 유료화 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없었나.
“가장 고민스러운 부문이었다. 2011년 대회를 개최한 브라질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차기 개최지인 중국도 유치 신청을 할 때 숙식비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우리는 26억원에 달하는 식비를 받았는데 식사의 질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한식, 양식, 채식에 이슬람권 참가자를 위해 할랄식까지 준비해 불만이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이집트팀에서 불만이 나왔다. 할랄음식도 국가마다 요리법이 다른데 이집트식 할랄 음식이 아니니 다시 해달라고 하더라. 이집트 선수들을 직접 주방장과 만나게 해 불만을 해결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대회운영에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각국의 문화가 달라서 발생한 해프닝이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쪽 선수들은 뺨에 뽀뽀하는 게 정중한 인사더라. 그런데 한 자원봉사자가 그 점을 모르고 선수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조사를 했는데 고의성도 없고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 앙숙인 국가들끼리 경기를 할 때면 경비 병력을 두 배로 늘려 불상사를 예방했다. 광복 70년을 맞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에서 열린 전세계 군인들의 평화축제였다. 남북이 스포츠로 우정을 돈독히 하는 멋진 이벤트가 될 수 있었는데 불발돼 아쉽다.”
진행=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정리=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상기 위원장은 누구
▦육사 32기 4성 장군 출신
▦2007~09년 특전사령관
▦2009년 국방부 정책실장
▦2010~2012 육군참모총장
▦2013~현재 경북ㆍ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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