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내부에서 비리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1일 본보를 방문해 “요즘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직원들이 신 회장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업 관련 비리들을 속속 제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내부 비리 제보가 하루에 몇 건씩 이어진다”며 “대부분 신 회장이 투자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사업 손실 관련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구체적 제보 내용들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주로 중국에 투자한 부동산 사업 실패와 관련된 내용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 유통사업을 위해 진출하면서 상가 분양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했는데 중국 경기가 하락하면서 잠재 부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제보들”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이 법원에 낸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중국 사업의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부 비리 제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신 회장 측에서) 문제가 없다면 장부 열람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는 “예전에는 이야기하는 방법도 모르고 설명할 기회도 없어서 수세에 몰렸지만 해결 방법을 찾은 지금은 상황이 개선돼 좋아졌다“며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까지 얽혀 들어간 경영권 분쟁이 세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비치는 점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는 “좋지 못한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 드린 점은 죄송한 일”이라며 “아버지도 그런 뜻을 밝혔지만 동생이 사과하면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목적이 “신 총괄회장 시절로 되돌리는 것”(본보 10월19일 1면, 10면)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아버지가 총괄회장을 맡고 제가 일본 롯데, 동생이 한국 롯데를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타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8월에 신 회장을만나 이런 뜻을 전했지만 신 회장의 태도가 부정적이었다”며 “이후로 신 회장을 만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이 최근 공개 활동을 늘린 것에 대해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든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우호세력 다지기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틈틈히 부족한 우리말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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