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1일 유신시절 국가를 비방하면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한 국가모독죄(옛 형법 104조의2)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1975년 제정된 이 법은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을 탄압하는 수단이란 비판을 받아,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폐지됐다.
양성우 시인은 1977년 발표한 장편 시 ‘노예수첩’에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국가모독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양 시인은 2012년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모독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당시 언론이 통제되던 상황과 민주화 이후 이 조항이 삭제된 정황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이 국가의 안전과 이익 등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형사처벌로 표현행위를 일률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에 대해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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