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21일부터 ‘검사평가제’ 실시, 내년 1월 ‘우수ㆍ하위 검사’ 공개
변호사들이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의자를 수사하거나 공소를 유지한 검사가 인권침해를 했는지를 직접 평가해 공개하기로 했다. 21일부터 ‘검사 평가제’를 시행한다고 대한변호사협회가 밝힌 것인데, 검사의 잘잘못을 이해 관계가 얽힌 변호인이 따지는 게 적절한지, 얼마나 공정할지를 두고 검사는 물론 일부 변호사들도 의문을 품는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변협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사평가제로 검찰 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검찰의 수사ㆍ기소 과정은 폐쇄적이어서 기소재량권이 남용돼 피의자에게 부당한 압력과 회유가 있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중에 자살한 사람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0명에 달한다는 통계 설명도 더했다. 그는 올 2월 취임사에서 연내 검사평가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협에 따르면, 올해 1~12월 형사사건에 한해 연말까지 검사들을 평가해 ‘우수 검사’와 ‘하위 검사’를 추려 이르면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우수 검사 명단은 공개하고, 하위 검사의 경우 그 사례를 공개하고 본인과 검찰에 통보한다. 하 회장은 “우수검사와 하위 검사 수는 서울 10명씩, 다른 지역 5명씩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변협은 각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받은 평가서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 보내 인사자료로 쓰게 한다는 구상이다.
평가서는 ‘윤리성 및 청렴성’(15점) ‘인권의식 및 적법절차 준수’(25점) 등 6개 항목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고, 항목당 5등급으로 구분된다. 특히, 수사 검사에 대한 평가에서 ‘기소 후 무죄판결이 선고됐는지’가 ‘직무 능력성 및 검찰권 행사의 설득력(15)’항목에 포함돼 윗선의 지시를 받고 무리한 기소한 한 검사는 불리하게 됐다.
검찰과 일부 변호사들은 이런 내용의 검사평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담당 검사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하는 평가가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사 수사에 불만을 품거나 피고인 일방의 얘기만 들은 변호사가 악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도 “검찰의 인권침해 남용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건 당사자나 마찬가지인 변호사의 평가가 과연 신뢰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검사가 평가를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건을 직접 경험한 변호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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