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확충·학력 과잉 해결에 교육비 부담 경감 '다목적 카드'
교육부 "간단하지 않아" 회의적
여당이 21일 내놓은 ‘학제개편’ 카드는 다목적용으로 보인다. 교육기간 단축을 통해 입직연령을 낮추면 만혼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출산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그 외에도 고용률 향상,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확충, 세계 최고 수준인 학력과잉 문제 해소,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의 부수적 효과도 따를 것이라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교육기간 단축으로 저출산도 해소?
교육기간 단축 카드는 이날 당정이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새누리당은 그간 무상보육, 육아휴직, 탄력근무제도 등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도입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단기 대책 외에도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학제 축소 개편 제안 배경에 대해 “기존 틀에 갇혀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발상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교육기간 단축이 실제 출산율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만혼의 고령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여성이 25세 전에 결혼하면 평균 2.03명을 낳지만 35세 이후 결혼 여성은 0.84명을 낳는데 그친다”며 “만혼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취업(입직연령 하향)이 필요하고, 조기 취업을 위해서는 학제 단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학제개편을 통해 추가적인 정책 효과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 진학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고학력화는 노동자원의 가치를 높여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졸 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직업을 일찍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펙쌓기성 대학 진학률을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교육기간 단축에 따른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 청년층의 고용시장 유입을 통한 고용률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난색에 제도 정착은 미지수
학제개편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비전 2030 2+5전략’을 통해 처음 등장할 때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자는 정책적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논의는 확산되지 않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지난 8월 김대환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나이를 낮추자는 취지에서 학제단축 카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역시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회의적이라는 점도 큰 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제개편이 저출산 대책을 논하면서 거론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당정협의에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검토는 해보겠지만 결과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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