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교체투입 오세훈의 왼발 강슛
한국축구 '경우의 수' 불안감 없애
최진철호에게 남은 일은 16강 무대를 향한 레드카펫을 걷는 일뿐이다. 오세훈(17ㆍ울산현대고)의 극적인 결승골로 기니를 넘은 한국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후렴구처럼 따라붙던 ‘경우의 수’도 말끔하게 지웠다.
최진철(44)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기니와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오세훈이 후반 추가 시간 터뜨린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죽음의 조’라는 표현은 기우에 불과했다. 최진철호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계 최강팀 브라질을 무찌르더니,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까지 넘었다. 승점 6점을 쌓으며 조 1위 자리를 굳힌 한국은 마지막 잉글랜드와의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16강 무대에 올랐다.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8강에 오른 이후 6년 만에 16강 진출이다. 2011년과 2013년 대회에는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이번 대회 직전“목표는 4강”이라는 최 감독의 호언장담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최진철호는 역대 어떤 대표팀보다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여태까지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올림픽 포함)에 총 36회 출전하는 동안 첫 두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둔 것은 최진철호가 처음이다. 두 경기만에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것도 최초다.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던 2002년 한ㆍ일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은 1차전 폴란드 경기에서 이겼지만 2차전 미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경기 막판까지 0-0의 균형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잉글랜드와의 1차전을 1-1 무승부에 그친 기니는 전반부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공격 선봉에 선 이승우(17ㆍ바르셀로나B)가 몇 차례 폭발적인 드리블을 선보였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지 못했고, 전반 28분에는 기니의 중거리슛을 골키퍼 안준수(17ㆍ의정부FC)가 힘겹게 막아내는 등 승점을 따내려는 기니의 공세가 거셌다.
하지만 후반 중반이 지나고 난 뒤부터는 한국이 서서히 대등했던 볼 점유율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 17분 이승우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것을 계기로 전세가 역전됐다. 골대 정면에서 이승우가 날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 무사 카마라의 선방에 막혔지만, 흘러나온 공에 박명수(17ㆍ인천대건고)가 곧바로 슈팅을 날렸다. 카마라가 순간적으로 다리를 뻗어 골문을 지키긴 했지만 기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한국이 공격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최 감독은 지친 이승우 대신 오세훈을 투입했다. 후반 추가시간 오세훈은 유주안(17ㆍ경기매탄고)이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찔러준 패스에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려 기니의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브라질전에서도 이상헌을 교체 투입해, 장재원(17ㆍ이상 울산 현대고)의 결승골을 도왔던 전략이 또 한번 통했다. 벤치와 그라운드에서 동시에 환호성이 터진 가운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무득점 무승부로 끝날 뻔한 경기를 한 순간에 뒤집은 최 감독은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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