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잃은 채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그려낸 드라마 ‘송곳’이 24일 전파를 탄다. 노사갈등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그려내 대단한 화제를 모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어서, 벌써부터 제2의 ‘미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21일 오후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제작발표회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지현우(31)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밥도 일부러 매장 안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많이 먹었다”는 말로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지현우는 극중 상사의 직원 해고 지시를 거부하고 노조 결성에 앞장서는 푸르미마트 이수인 과장 역이다.
최근 다리를 다쳐 이날 목발을 짚고 나온 그는 “광화문 노조집회 현장을 직접 찾아 노조원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며 “우리 드라마가 그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매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수인과 함께 부당해고에 대항하는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 역을 맡은 배우 안내상(51)은 작품의 제목처럼 날카롭고 뼈아픈 명대사들을 이 드라마의 묘미로 꼽았다. 안내상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란 구고신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청년시절 풀지 못했던 문제를 이 대사 하나로 해결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도 워낙 중요한 대사라 감동 있게 전달하려다 보니 힘이 잔뜩 들어갔는지 촬영할 때 NG를 정말 많이 냈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특히 웹툰 속 구고신과의 싱크로율(일치율)을 높이려 중학생 시절 이후 머리카락을 가장 짧게 자르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약자들에겐 한없이 약하고 강자들에겐 무섭도록 강한 구고신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럴 때마다 웹툰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닮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현우 역시 “(이수인과 닮아 보이려) 난생처음 2 대 8 가르마를 시도했다”며 “웹툰 독자들의 기대에 다 맞출 수는 없지만 헤어스타일로 신경을 쓴 것”이라며 웃었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은 2013년 연재 시작 후 포털사이트에서 평점 9.96점(10점 만점)과 150만 건의 리뷰를 기록한 인기작이다. 김석윤 PD는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며 “원작의 강렬한 힘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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