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는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린다. 지나치게 비싸서 자녀에게 아웃도어를 사주려는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논란으로도 불거졌으며 일부에서는 가격을 낮춘 제품들도 출시됐다. 그러나 정작 쓸 만한 제품은 여전히 비싸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이제는 협력업체도 아웃도어 업체를 '등골브레이커'로 부르게 됐다. JDX(신한코리아), 밀레, 레드페이스 등 3개의 아웃도어업체가 하도급 대금 총 32억8,594만원을 미지급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공정위는 21일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한 이들 기업에 대해 총 8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밀레가 6억4,400만원, JDX가 1억3,500만원, 레드페이스가 6,100만원이다.
■ 협력업체 등골 빼먹은 JDX, 밀레, 레드페이스
김한철 사장은 2010년 12월 JDX 런칭을 앞두고 '골프패션은 즐거워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력업체에게는 피눈물을 선사했다. 홈페이지에는 '따뜻한 경영'을 실천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억원을 떼먹힌 협력업체들에게 JDX는 차가운 갑일 뿐이었다.
JDX 등 세 업체가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사항은 어음할인료 미지급과 어음 대체 결제 수수료 미지급이다.
현행 하도급법상 어음을 이용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어음 만기일이 납품일로부터 60일이 초과하면 초과기간에 대해 공정위가 고시한 7.5%의 할인료를 지급해야 한다.
또 어음대체 결제수단인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이용해 하도금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만기일이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하면 초과기간에 대해 공정위가 고시한 이자율(7%)에 따른 수수료를 협력업체에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 결제방식은 하도급 업체가 원사업자에게 납품을 한 후 발생하는 외상매출 채권을 담보로 하도급업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해당 외상매출 채권 만기일에 원사업자가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3개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어음 할인료는 밀레가 59개 사업자에 29억1,263만원, JDX가 25개 사업자에 2억 7,812만원, 레드페이스가 29개 사업자에 9,519만원이다.
JDX와 레드페이스는 어음 대체 결제 수수료도 협력업체에 떠넘겼다. 이들은 '외상 매출 채권 담보 대출'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면서도 JDX는 22개 사업자에 1억8,251만원, 레드페이스는 19개 사업자에 3억1,258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조사 진행 중 위법 사실이 적발되고 나서야 미지급 금액을 청산했다.
■ 아웃도어 업체, 공정위 갑질 적발 단골
공정위는 지난 8월 상반기 하도급 대금 미지급 실태조사'를 통해 아웃도어 의류업이 가장 갑질을 많이 했다고 발표했다. 아웃도어 의류업계의 미지급 금액 규모는 60억원으로 자동차업종(54억원)보다 10%가량 많았으며 기계(36억원) 건설(21억원) 선박(6억원)보다는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다.
(주)에코로바는 갑질로 협력업체를 도산시킨 갑질의 대표 아웃도어 업체다. 에코로바는 2012년 협력업체에게 줘야할 2억원의 대금을 최대 39일까지 미뤘다. 일방적으로 9억원 규모의 발주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책임을 협력업체에 돌리면서 문제 해결 의지도 없었다. 결국 재무상태가 나빠진 해당 협력업체는 같은 해 12월 폐업했다.
(주)브이엘엔코도 2014년 3월 수급사업자로부터 골프의류 5만여개를 납품받고서도 제품 하자를 이유로 10억여원의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로에 따른 수수료 700만원도 협력업체에 주지 않았다.
이에 에코로반은 5,3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브이엘엔코는 해당 업체와 민사소송중이라는 이유로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지만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올들어 아웃도어 업종의 갑질에 대한 활발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윗 물꼬 트기'방식으로 상반기 중에는 1~2차 협력업체를 우선 조사해 대금 미지급 문제를 시정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조사 결과에 따라 상위업체를 대상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세한 조사 계획에 대해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아웃도어 업체에 대한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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