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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지금 있는 그대로 후세에 물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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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지금 있는 그대로 후세에 물려줘야”

입력
2015.10.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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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근 변호사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멸종위기종 1급이 산양의 생존이 위협받는 등 환경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며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배영근 변호사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멸종위기종 1급이 산양의 생존이 위협받는 등 환경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며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자연을 지금 있는 그대로 지켜서 후세에 물려줘야 하니까요.”

9일 결성된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에서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배영근(39) 변호사는 16일 서울 성북동 녹색법률센터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녹색법률센터 부소장이자 유일한 상근 변호사인 그는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다른 산에도 잇따라 케이블카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지리산과 마이산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사업 추진 소식이 들리고 있다. 배 변호사는 “정부가 현재의 국립공원과 산림 보존 법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산악관광진흥구역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어서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영근 부소장은 국내에 흔치 않은 환경 전문 변호사다. 운영진과 15명의 운영위원이 법률사무소에 소속해 있는 것과 달리 배 변호사는 녹색법률센터에서만 일한다. 그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어릴 적 산골에서 살았던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소득을 보장하는 법률사무소를 마다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일에 투신한 그를 가리켜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배 변호사는 손사래를 친다. “회사에 소속돼 있거나 개인 사업을 하면서 짬을 내 이 일을 하는 변호사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늘 고마운 마음을 느낍니다.”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은 녹색법률센터, 민변 환경위원회, 환경법률센터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 미군 독극물 한강방류 형사고발, 미군비행장 소음 소송, 강원도 골프장 문제 관련 소송, 서울대기오염소송, 4대강 국민소송 등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법률대응에 앞장서온 이들이다. 배 변호사는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이란 모임도 특별히 누가 주도했다기보다 이 같은 단체 변호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은 국내에 800여개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설악산에 250여개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변호사는 “환경단체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선로 주변이 산양의 서식지였다”며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산양은 물론 설악산의 생태계가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양양 주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시민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한다. 배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려면 양양 주민들을 원고로 모집하는 게 중요한데 찬성 의견이 대부분인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케이블카 사업 승인 절차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승인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정부위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또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가 자연공원법상 자연보존지구, 백두대간보호법상 핵심구역 등 각종 보호구역이 중첩 설정돼 있어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 결정이라고도 말한다. 배 변호사는 “자연보존지구라는 말 자체가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넘겨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 관광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건 자연공원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은 설악산을 시작으로 무분별한 산악관광 개발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배 변호사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선 산 정상에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짓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법률상으론 지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기존의 법률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 특별법 제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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