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 양성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시약이나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 없이도 혈액에서 백혈구를 자동으로 분리ㆍ용해할 수 있는 통합진단키트(Kit)를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전공학부 양성 교수팀은 21일 신용카드 4분의 1 크기의 키트로 혈액 내 백혈구를 자동으로 분리ㆍ용해할 수 있는 세포 전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교수팀에 따르면 가로 5㎝ 세로 2㎝ 크기의 진단키트 주입구에 에이즈나 에볼라, 뎅기열 같은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 의심환자의 혈액 0.5㎖를 주입하면 혈액이 키트 내 마이크로 구조물을 따라 흐르면서 백혈구만 자동 분리된다. 이어 분리된 백혈구는 나노 단위의 날카로운 실리콘 구조물에 의해 세포막이 파쇄되면서 용해된다. 특수 시약이나 원심분리기 등 별도의 장비 없이 혈액 내 감염 백혈구와 유전 물질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을 진단하려면 의심환자의 혈액 내에 있는 바이러스 항원이나 유전물질이 있는지를 판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약이나 원심분리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진단키트의 임상 성능도 뛰어났다. 실제 임상 실험 결과 혈액에 있는 백혈구의 99%를 분리할 수 있었으며, 시약과 원심분리기를 사용하는 기존 기술에 비해 단백질 추출 성능은 120% 가량 개선됐다. 또 유전 물질 추출 성능은 기존 방법의 90% 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10월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양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키트를 이용하면 혈액 내 숙주 세포 DNA에 결합되어 있는 바이러스 항원이나 유전물질 추출이 보다 간편해져 감염성 질환의 조기 진단과 잠복기 판별, 모체와 신생아간의 감염 여부 판별 등이 보다 손쉽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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