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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치인 장관’들의 성적표

입력
2015.10.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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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겸직 장관 모두 정책 성과 미흡

최경환ㆍ황우여 성과보다 실책 크고

유일호ㆍ김희정은 출마용 경력 관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두고 해묵은 시비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부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겸직 장관들이 최근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며 일제히 장관직을 내던지는 모양새를 보이는 탓이다. 선거만 닥치면 정부정책의 사령탑이라는 막중한 자리도 서슴없이 버릴 사람들이 애초에 장관직은 왜 맡았느냐는 쓴소리도 들끓는다.

사실 대통령제 하에서 의원의 장관 겸직은 원칙에 어긋난다. 입법ㆍ사법ㆍ행정이 엄격하게 분립된 헌법체계에서 의원의 기본책무는 정부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견제ㆍ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요구한 민의를 저버리는 게 되고, 삼권분립 체계도 무너진다. 따라서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는 식으로 겸직을 슬쩍 명문화한 현행 국회법 29조(2013년 개정)부터가 문제다.

그러나 겸직이 이미 이루어진 마당에 새삼 원칙 시비를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논의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신 당장 따져 보고 싶은 건 이번에 자리를 뜨는 장관들이 그 동안 정치권에서 주장해온 겸직의 현실적 필요라도 제대로 충족했는지의 여부다.

의원의 장관 겸직이 필요하다는 논리의 핵심은 ‘효율’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 당(黨)ㆍ정(政)ㆍ청(靑)인 우리 현실에서 3자의 유기적 협조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표를 행정적으로 관철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인 당내 친박 의원들이 장관을 맡았을 때, 보다 인상적인 정책성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자리를 내놓는 겸직 장관 중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성과를 낸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래 경기부양에 성패를 걸었다. 과감한 재정 확대책, 부동산 규제완화, 내수 촉진책 등 잇단 조치를 시행했다. 사실상의 팽창예산을 두 차례나 관철시키고 부동산 부양책을 강행한 것도 당내 실세이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 전반의 틀에서 볼 때 성과보다는 숙제를 더 많이 남겼다.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 확대책은 불가피했으나 건전한 재정 관리라는 중장기적 가치는 실종됐다. 부동산 부양책은 최근 분양시장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매 제한 완화 등을 통한 투기세력의 준동 등 시장의 위험을 키웠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역시 집값 상승의 자산효과보다는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위축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산업ㆍ기업 구조조정은 제대로 손도 대지 못했다. 공공개혁은 오히려 정치적 타산 때문인지 미흡하게 봉합됐고, 노동개혁도 자칫 시늉만 할 가능성이 커졌다.

겸직 장관 중 가장 먼저 자리를 내놓은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7개월 장관’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유 전 국토부 장관의 경우, 취임 이전부터 부동산 정책의 무리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집값 부양을 위해 서민주거 안정책이 외면됐고,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 모를 투기가 암암리에 조장됐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소신을 발휘해 부동산정책 전환을 시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유 전 해수부 장관처럼 조용히 자리만 지키다 말았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장관만으로 남게 됐다. 설사 대통령의 뜻이 거기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을 설득해 도무지 정당성 없는 국정화라는 모양새만은 피하도록 했어야 했다. 하지만 황 부총리는 대통령을 설득하는 모험을 끝내 회피했다. 가장 젊은 김희정 장관은 가장 조용했지만 그래서 더욱 실망스러웠다. 김 장관은 모바일 게임 대책 같은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아예 정책 자체를 적극적으로 도모한 흔적이 없다.

법규가 바뀌지 않는 한, 의원의 장관 겸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겸직을 한 장관들의 성적표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어떻게 겸직 장관의 효용을 강변할 수 있겠는가.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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