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현상을 두고 보통 “벼락에 맞을 확률이다”고 말한다. 미 국립낙뢰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약 3억2,000만 명) 가운데 낙뢰로 사망한 사람은 26명이다. 부상자 205명을 합쳐도 한 해 동안 벼락에 맞을 확률은 138만5,281분의 1(사망 확률은 약 1,230만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상적인 확률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에 따르면 인도 북서부 인구 1,100여명의 작은 마을 투라티에선 올해 들어 벌써 4명이 번개에 맞아 숨졌다. 275명 중 한 명에 달하는 확률로 낙뢰 희생자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평균 낙뢰사망률의 4만4,700여배에 달하는 확률이다. 올 8월 투라티 주민센터에서 이곳의 낙뢰 피해가 유독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모임이 이뤄졌지만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사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뢰사망 비율은 인도 전역에 고루 퍼져있는 골칫거리다. 지난해 인도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2,582명이 낙뢰로 사망했다. 인도 인구 12억3,600만명을 기준으로 47만8,000분의 1에 달하는 확률이다. 인도의 낙뢰사망비율은 지난 10년 사이 무려 40%나 치솟았다. 하루 평균 7명이 번개로 사라지는 인도의‘기이한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적당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계에선 이 같은 인도의 빈번한 낙뢰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인구증가, 지구온난화, 그리고 낙후된 도시환경 등을 꼽고 있지만 하나같이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미항공우주국(나사)과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낙뢰현상은 빈번해진다. WSJ은 “평균 기온이 섭씨 4도 오르면 대략 번개 발생 확률은 50%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설도 왜 유독 인도에서 낙뢰사고가 유독 빈번한지를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다만 야외에서 활동하는 인도의 농경인구가 비교적 많다는 점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는다. 투라티 마을의 대표인 라스만 사반트는 “낙뢰 피해 보상을 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알고 싶다”라며 “주민들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낙뢰예방 장비들을 설치하고 싶지만 효과를 확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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