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2016년 대선 민주당 경선 출마가 점점 기정사실화 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바이든 부통령 진영 사이의 긴장이 벌써 불거지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클린턴 전 장관과의 차별화에 나서자, 클린턴 진영에서는 바이든 부통령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반대한 유약한 인물로 몰아 붙이려는 모습이다.
20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시의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신적 친족’으로 자처하며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이념적으로 ‘불일치’라는 것이 없다. 진짜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클린턴 전 장관 대비되는 자신의 강점도 부각시켰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까지 (클린턴을 포함해) 두 명의 국무장관을 거느렸지만, 내가 외국 지도자들과 말할 때면 그 지도자들은 내가 오바마를 대신한다는 걸 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언급에 대해, 바이든 부통령이 경선에 나설 경우 선두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펼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네거티브 전략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상대로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클린턴 진영에서는 지난주 민주당 후보토론회 이후 바이든 부통령이 2011년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반대했다는 점을 꾸준히 부각시켜오고 있다. 토론회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내가 작전을 둘러싼 조언자 중의 한 명”이라며 “당시 상황실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를 검토하며 오바마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레온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당시 핵심 참모들이 이후 출간된 회고록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사살 작전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기술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자신을 겁쟁이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바이든 부통령도 이날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빈 라덴 은신처에 대해 정찰 비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는 했으나, 참모들이 동석하지 않은 장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데일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도 “바이든 부통령의 설명이 당시 상황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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