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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국정원 버스'는 법 밖에서 달리나

입력
2015.10.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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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첩보원’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이 비밀작전을 수행하던 중 불법을 저질러 경찰에게 단속된 위기의 순간, 자신이 첩보원임을 밝혀 유유히 빠져나가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첩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과연 어떨까요.

20일 올림픽대로에서 ‘국정원 버스’가 지정차로 위반으로 단속돼 멈춰 섰습니다. 국정원 현장감사를 위해 국회에서 기자들을 태우고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으로 가던 버스였는데요, 대형버스가 달릴 수 없는 1차로로 주행하다 교통경찰에게 적발된 겁니다. 경찰이 지정차로 위반 사실을 알리며 운전면허증을 요구하자 국정원 직원은 “신분을 밝힐 수 없다” 이를 거부하다, 이 버스가 국정원 소속 차량으로 긴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였다면 이대로 끝날 상황이었겠지만 현실은 영화완 달랐습니다. 경찰이 “긴급차량이라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운행목적을 밝히라 요구한 건데요, 국정원 직원은 “목적은 말할 수 없다”며 버텼습니다. 결국 국정원 직원과 경찰관의 약 10분여 간의 실랑이 끝에 국정원 버스는 지정차로 위반 딱지를 끊지 않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국정원 직원은 경찰관이 국정원 버스가 계속 1차로로 주행한 것으로 오해를 했는데,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국회의 공무인 국정감사가 경찰에게 밝힐 수 없는 대외비였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국정원은 업무의 특성 상 목적을 숨기고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국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 전반을 조사하는 국정감사 역시 비밀스럽게 이뤄집니다. 국감 현장을 직접 취재할 수는 없고, 여야 간사가 따로 기사화가 가능한 내용만 국정원 내 별도의 공간에 위치한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으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국감이라는 사실 자체조차 비밀이 될 순 없을 겁니다.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無名)의 헌신’을 외치는 국정원의 활동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정원은 정치개입이나 해킹 의혹 등으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이병호 국정원장은 취임하면서 “국정원은 권력기관이 아닌 순수한 안보전문 국가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작은 해프닝일 수 있는 사건이지만, 가장 기본에서부터 원칙을 지키는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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