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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떠오르는 질문, 음악의 가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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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떠오르는 질문, 음악의 가치란

입력
2015.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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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자리한 SK텔레콤의 '스트라디움'(사진 위)과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오른쪽). 나락으로 떨어진 음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이다. 스트라디움 현대카드 제공
이태원에 자리한 SK텔레콤의 '스트라디움'(사진 위)과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오른쪽). 나락으로 떨어진 음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이다. 스트라디움 현대카드 제공

대중음악 역사에 한 장을 장식하고 있는 영국 런던 애비로드(Abbey Road)는 1969년 발매된 그룹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제목이자 재킷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해진 거리다. 최근 이태원이 ‘한국의 애비로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5월 한강진길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를 세운 뒤 최근 길 건너에 SK텔레콤의 아이리버가 ‘스트라디움’을 열면서 핫 플레이스를 찾는 음악 팬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냥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이런 음악도 들을 수 있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만들 만큼 두 문화공간은 특별하다. 그런데 그 지향점이 사뭇 다르다. 현대카드가 추억과 희소성에 포커스를 맞춰 고급 마케팅에 앞장섰다면, SK텔레콤은 ‘영성을 일깨우는 소리의 체험’을 내세웠다.

“음악의 충실도에 빚을 졌다”

“둥둥 둥둥 두둥~”. 재즈거장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비’가 시작되자 콘트라 베이스 연주자의 현을 튕기는 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돋을새김 됐다. 3D로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스트라디움 지하1층 뮤직룸. 개당 억 대를 호가하는 스피커 두 대가 쏟아내는 음악은 두 귀가 아니라 온몸으로 들어야 한다. 10일 둘러 본 스트라디움은 좋은 소리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CD보다 6배 이상 음질이 뛰어나다는 고음질 음원 MQS(Mastering Quality Sound)를 첨단 오디오 장비로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지하 1층 두 개의 뮤직룸을 비롯해 1층 사운드 갤러리, 4층 라운지 등 곳곳에 배치됐다.

SK텔레콤과 현대카드의 두 음악 공간은 이 시대 나락으로 떨어진 음악의 가치를 되돌아 보게 한다. 스트라디움이 일깨운 건 소리의 가치다.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는 스트라디움 설립 목적을 두고 “음악의 충실도에 빚을 졌다”고 말했다. 아이리버가 어떤 회사인가.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음악의 휴대성과 경제성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을 바꾼 회사다. LP와 비교하면 손실된 음역이 있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쉬운 복제의 기술이 열어젖힌 신세계는, 그러나 지금 음악 창작에 제대로 된 대가가 지불되지 못하면서 음악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든 첫 출발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트라디움은 그렇게 음악 본연의 가치(음질)를 외면한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그는 “음의 충실도를 제대로 구현하지 않고선 연주자 영혼의 울림과 연주자의 마음을 알기 어렵다”며 “음악을 듣는다는 본질에 충실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누리는 소비의 방법에만 천착하지 않고, 그 소리를 충실하게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음악의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얘기다.

“음악을 소유하며 즐기자”

현대카드의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가 던진 화두 역시 잃어버린 음악의 가치 찾기에 맞닿아 있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1만여 장의 LP들이 들어찬 뮤직라이브러리다. 전세계에 10여 장밖에 없는 영국 펑크밴드 섹스피스톨스의 ‘갓 세이브 더 퀸스’ 같은 희귀 음반을 비롯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LP들은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룹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셀프 타이틀 앨범의 LP를 꺼내 ‘페일 블루 아이즈’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니 “지지직”하는 잡음 소리에 영화 ‘접속’(1997)의 주인공이 된 기분마저 든다.

현대카드 측은 “디지털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로 변화하며 음악의 생명력은 훨씬 짧아졌고, 음원 가격은 덤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떨어졌다”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음악을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고 소유하며 즐기는 LP라이브러리와 다양성이 살아 있는 뮤지션 중심의 음악 플랫폼을 위해 언더스테이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과 편리성이란 논리에 철저히 갇힌 온라인 중심 음악 시장의 병폐에서 벗어나 음악 본연의 가치를 찾기 위해 두 회사가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음악의 다양성과 소통”을 위해 뮤직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를 만들었다는 현대카드의 음악공간은 사실 모순적이다. 뮤직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회원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어서 음악 본연의 가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그들만의 특권’을 제공하는 VIP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이미지를 피할 수 없다. 더욱이 다음달 27일 세계적 팝스타 엘튼 존이 굳이 500석짜리 언더스테이지 무대에 서도록 한 것은, 과연 소극장에서의 밀도 높은 공연을 위한 것인지, 수백명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공간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스트라디움 역시 고가 장비를 통해 ‘충실한’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1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니, 역시 공짜는 없는 법이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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