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문제로 싸워 이긴 적 없다… 3~4일 후까진 거취 입장 표명"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이번 주 내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사 문제로 싸워서 이긴 적이 없다”는 발언을 통해 자리를 떠날 각오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국민연금공단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이사장은 전날 오후 전주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 열린 2015년도 제10차 정기 이사회 회의 직후 비상임이사들에게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인사 문제로 싸워서 이긴 적이 없다”며 “늦어도 3~4일 후까지는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최 이사장의 사퇴로 최종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비연임 결정을 내리는 절차에 있어서 부적절성이 있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이사장의 임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특히 “안 되면 (최 이사장을)직접 만나 상의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경질 방침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7시쯤 최 이사장을 만나 최종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4일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다음날 고위 공무원들과의 면담에서 사실상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사퇴를 수용해도 홍 본부장의 ‘연임불가‘에 대한 소신은 끝까지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사들과의 만남에서도 “5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일은 신중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금운용 방식으로는 국민의 노후소득인 국민연금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며 홍 본부장을 비판한 뒤, 그의 연임 불가 결정도 이사장의 고유 권한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최 이사장이 복지부의 압박으로 사퇴해도 이번 논란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금공단 관계자들은 최 이사장이 물러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이유를 강력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회견 등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 이사장은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의 이유로 부진한 투자성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결정과 관련된 부적절한 처신 등을 꼽고 있다. 실제 홍 본부장이 관여한 국민연기금의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5.4%로 시장 대비 1.8%포인트가 낮았고, 올해 역시 4.3%(7월 기준)로 시장대비 3.2%포인트가 낮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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