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정상으로는 1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해 20일부터 4일간 일정을 시작했다. 이 기간 대규모 경제협력 협정 체결이 예정돼 있어 양국 언론은 ‘중국과 영국 관계의 황금기를 열게 됐다’는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방영 첫날부터 일각에서는 티베트 인권 관련 비판 시위가 진행되는 등 인권 문제, 중국산 철강 덤핑 등 영ㆍ중간 껄끄러운 문제는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시 주석 부부의 첫 공식일정인 런던 도심 ‘호스 가드 퍼레이드’에서 열린 근위병 환영식장으로 가는 길부터 이런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시 주석 부부가 지나는 거리 곳곳에는 중국과 영국의 국기가 나란히 걸렸지만, 환영 행렬 한 쪽에서는 시위자들이 티벳 국기를 흔들며 “인권 문제를 돈으로 타협하지 말라”고 시위를 벌인 것. 인권운동가 조슈아 웡(19)은 “캐머런 총리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전망이란 유혹에 눈이 멀었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국제 티베트 커뮤니티 ‘자유 티베트’는 이날부터 런던 도심을 시작으로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또 이날 영국 타타제철은 중국 철강 덤핑 수출로 인한 적자를 이유로 직원 1,200명 감원을 발표했다. 오후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 연설을 앞두고 돌출된 이 사건으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를 향해 중국 정부에 항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잇따른 파열음 속에서도 영국 정부와 왕실은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저녁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뿐만 아니라, 윌리엄 왕세손 등 왕가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시 주석 부부에게 국빈 만찬을 대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1일 공식 회담과 별도로 총리 별장인 체커스로 시 주석 부부를 초청하고, 시 주석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동행할 예정이다.
시 주석 방문 기간 중국과 영국은 원자력 발전소와 고속철, 금융, 부동산,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약 150개 협정을 체결할 전망이다. 영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서방 선진국들 중 가장 먼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합류를 선언했었던 만큼, 시 주석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오는 23일까지 4박 5일간 영국에 머무르며 현지기업 사찰, 공자학원 방문, 맨체스터 시티 축구팀 방문 등 20여개 일정을 소화한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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