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온통 눈물 바다였다. 60여년의 생이별 끝에 그립던 이들을 만난 남북의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제20차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남측방문단 가족 중 남편을 만나러 가는 이순규 할머니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1950년 헤어진 나편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한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65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났다. 새색시는 백발의 할머니로 변했지만 수줍은 미소는 그대로였다. 1950년 어머니 뱃속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했던 아들 장균(65)씨는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큰 절을 올렸다. 남편은 어색하고도 애틋한 눈빛으로 아내를 끌어안았다.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남측 이옥연(88), 북측 채훈식(88)씨 이야기다. 남편을 기다리며 재가도 하지 않고 홀로 아들을 키운 이옥연 할머니는 상봉장에서 남편 채훈식씨가 북에서 낳은 딸의 인사를 받았다.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았던 것 같다. 채씨는 "10년을 기다리다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서..."하며 말끝을 흐렸고 아내는 짐짓 이를 외면했다. 남에서 따라온 아들 희양(65)씨는 아버지가 들고 온 훈장을 보며 펑펑 울어댔다.
그리운 오빠를 만나기 위해 상봉장에서 발을 구르던 남측 여동생 이흥옥(80)씨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오빠 리흥종(88)씨를 단박에 알아차리고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나갔다. 리씨는 헤어질 때 두살바기였던 딸 이정숙(68)씨를 바라보고는 입까지 부들부들 떨며 발을 잇지 못했다.
그 외에도 각기 간직한 사연은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소리도 들려왔고 서로 선물도 교환했다. 가족들은 2시간의 단체 상봉과 환영만찬에서 가슴뛰는 첫날 행사를 마무리한 뒤 이튿날 개별상봉을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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