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상봉 신청자 절반 사망
생존자 중 80대 이상 54% 달해
20년내 대부분 작고 전망도 나와
정례화·서신 교환·화상 상봉 등
"남북 당국 적극적 자세" 목소리
이산가족 상봉단의 일원인 김순탁 할머니(77)와 염진례(83) 할머니는 20일 북측의 오빠를 만나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평소 앓고 있던 천식과 허리디스크가 악화된 탓이다. 두 할머니는 이동하는 내내 산소마스크에 의지하거나 허리 통증을 참으려 손수건을 입에 물어야 했다. 쇠약해진 건강 때문에 상봉 직전 만남을 포기한 이산가족도 5명이나 됐다. 이산가족 1세대의 초고령화에 따른 안타까운 장면들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신청자 13만409명 중 사망자(6만3,921명)가 급속히 늘어나 생존자(6만6,488명)와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2004년에는 생존자가 10만861명이었고 사망자 2만3,058명보다 훨씬 많았다. 10여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면서 다수의 이산가족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존한 어르신들 중에도 80대 이상이 54%가 넘어 사망자 비율은 더욱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81세)에 비춰볼 때 앞으로 20년 내 이산가족 대부분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상봉이 성사된 경우는 3,999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3%에 불과하다. 더욱이 남북관계에 따라 상봉이 부정기적으로 이뤄지고, 만나더라도 100명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라 남은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다. 이산가족 1세대가 점차 사라지다 보니 배우자나 부모 자식 간의 직계상봉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에도 전체 상봉 중 배우자 및 자녀 상봉은 20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산가족 상봉의 패러다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남북 당국이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산가족 상봉단 규모 확대를 포함한 정례화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80대 이상 고령자들에 한해 긴급 특별상봉을 추진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상봉의 효율성을 위해 전면적인 생사 확인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과제다. 서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신 교환 및 화상상봉 등 비대면 상봉 방식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정부는 상봉 정례화ㆍ수시화는 물론 상봉 방법도 다양화해서 인도적 차원에서 규모와 횟수를 최대한 늘리는 방안 모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간 이산가족 상봉이 16회 이뤄졌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8년간 4번밖에 성사되지 않았다”며 “상봉 정례화를 통해 남은 생존자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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