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요리파 셰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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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요리파 셰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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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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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셰프로 뽑힌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선보인 ‘들에서 채취한 가을 채소 과일 라비올리와 해산물’.

연기파 배우가 있고, 실력파 가수가 있듯, ‘요리파 셰프’라는 것도 있다. 방송하는 셰프와 글 쓰는 셰프가 스타덤에 오르며 세간의 뜨거운 이목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묵묵히 주방을 지키며 맛의 탐구에 매진하는 셰프들을 일컫기 위해 새로 등장한 범주다. 물론 이런 분류 따위, 엄밀하게 말해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농담 같은 형용모순은 한 업종이 대중들로부터 얼마나 전방위적 사랑을 받는가와 긴밀한 연관을 맺는다. ‘기사파 기자’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 그러니까 요리파 셰프는 올해를 ‘미식의 원년’으로 선포해도 좋을 만큼 음식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사였음을 보여주는 지표 같은 것이다.

올해의 ‘요리파 셰프’를 뽑는 국내 최초의 시상식이 19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렸다. 국내 첫 레스토랑 평가서 ‘블루리본서베이’가 국내 외식업계의 위상을 높인 한국 대표 셰프들의 사명감과 공적을 기리고자 마련한 ‘제1회 블루리본 어워드’. 100여명의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흡사 영화제의 시상식처럼 멋진 차림으로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수상 후보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칠 때마다 응원과 환호가 넘실댔고, 수상자는 무대에 올라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셰프들을 위한 자리”라는 여민종 블루리본서베이 발행인의 개회사처럼, 그야말로 흥겨운 셰프들의 축제였다.

‘블루리본 어워드 2015’에서 올해의 셰프로 선정된 임기학(왼쪽) 셰프와 임정식 셰프.

올해의 셰프는 임기학ㆍ임정식

미식 원년에 출범한 ‘블루리본 어워드 2015’는 7, 8월 두 달 간 진행된 1만1,085명의 독자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미식 전문가와 일반 미식가 사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이 상은 음식이란 레스토랑에서 소비될 때 가장 의미 있다는 판단 하에 현장경험을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설정했다. 국내 첫 맛집 평가서로 11년간 구축한 독자 평가 시스템에 기반, 4개 부문에서 5명의 셰프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부문은 역시 주연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셰프’. 현재의 업장에서 헤드셰프 이상으로 3년 이상 근무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이 부문에 총 33명의 셰프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가장 싱겁게 수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 부문이기도 하다. 뉴욕에 낸 분점으로 이미 미슐랭 투 스타를 받은 바 있는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후보에 들어 있었기 때문. 한식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뉴 코리안 퀴진의 기수라 할 수 있는 그는 예상대로 올해의 셰프상을 받았다.

반전은 임정식 셰프에게 주어진 상이 한식 부문이었다는 것. 외국음식 부문의 올해의 셰프로 레스쁘아뒤이부의 임기학 셰프가 뽑히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비스트로를 표방한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뒤이부는 오리다리 콩피와 부야베스 같은 전통적이고도 대중적인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 양파수프로 유명한 임기학 셰프의 이 식당은 국내에서 가장 충실하게 프랑스 본토의 맛을 내는 식당으로 정평이 나 있다.

헤드셰프 경력 2년 미만의 올해의 영 셰프로는 모던 한식의 새로운 강자로 무섭게 주목 받아온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뽑혔다. 한국의 발효 음식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창작요리를 선보여온 그는 올 6월 밀라노엑스포에서 열린 ‘한국의 날’ 만찬을 진행했을 정도로 맛과 창의성을 인정받아 왔다.

올해의 패스트리 셰프로는 19명의 후보 중 프렌치 디저트를 선보이는 디저트리의 이현희 셰프가 뽑혔다. 코스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디저트리는 맛은 물론 정교한 플레이팅으로도 유명하다. 주문과 동시에 눈 앞에서 디저트 만드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울먹이며 시상대에 오른 이현희 셰프는 여배우를 방불케 하는 풍모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오랫동안 한국 미식계를 이끌어온 현장 경력 30년, 헤드셰프 경력 15년 이상의 셰프들을 대상으로 한 공로상은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여경옥 셰프가 수상했다. 그는 “과거에는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었지만, 지금은 즐기기 위해 먹는 시대가 되었다”며 “젊은 셰프들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요리를 해나간다면 더욱 성공적인, 멋진 셰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 후배들의 환호를 받았다.

‘블루리본 어워드’ 갈라디너에서 권우중 셰프가 선보인 ‘미더덕젓갈과 숙성도미회’.

이것이 뉴 코리안 퀴진

셰프들에게 밥 해주는 것만큼 고역스런 일도 없지만, 이날은 밍글스의 강민구, 권숙수의 권우중, 이십사절기의 유현수, 정식당의 임정식 등 네 명의 뉴코리안 셰프가 기꺼이 나서 잔칫상을 차렸다. 한식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창작요리를 일컫는 뉴 코리안 퀴진을 이끌어 가고 있는 4인의 셰프가 한국의 자연을 요리로 풀어내기 위해 산, 들, 바다, 섬을 주제로 갈라디너를 선보였다. 김은조 블루리본서베이 편집장은 “국내 최고의 셰프를 뽑는 첫 회 행사인 만큼 한식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입거리인 아무즈 부쉬로는 전복내장과 망고 소스를 곁들인 김부각(강민구), 참게알찜(권우중), 된장과 황매실에 재운 백김치 푸아그라 말이(강민구), 우엉부각과 산나물밥(유현수), 튀긴 김부각 위에 참기름 양념을 한 육회(임정식)가 선보였다. 모던 한식의 핵심적 전채요리로 자리잡은 부각이 여러번 등장, 다양한 식재료로 변주됐다. 한국적 식재료와 서양 조리법이 빚어내는 새로운 하모니가 한입 크기로 간명하게 제시된 요리였다.

유현수 셰프가 ‘블루리본 어워드’ 갈라디너에 내놓은 ‘멧돼지 된장쌈과 전치수’.

당근, 오크라, 래디시, 오이, 레몬껍찔, 산초장아찌 등 25가지 채소와 과일을 사용해 들을 형상화한 강민구 셰프의 라비올리(만두 파스타)는 맛과 영양의 균형을 위해 랍스터와 전복을 곁들였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의 미더덕 젓갈로 초장, 간장, 쌈장의 기능을 대체시킨 권우중 세프의 도미회는 다시마에 붙여 3일간 숙성시킨 감칠맛에 연어알과 김을 더해 바다의 내음을 한껏 흡입케 했다. 예로부터 일품 식용육으로 귀히 여겨온 멧돼지고기를 5년 숙성된 된장에 곁들여 산채잎으로 감싼 유현수 셰프는 궁중연회에 빠지지 않았던 꿩요리 ‘전치수’를 함께 접시에 올려 산을 표현했다.

올해의 셰프로 선정된 임정식이 ‘블루리본 어워드’ 갈라디너에 선보인 디저트 ‘돌하르방’.

올해의 셰프로 꼽힌 임정식은 돌하르방의 형상으로 빚은 녹차무스와 땅콩 가나슈로 섬을 형상화했다. 크리스피한 아몬드크럼블과 부드러운 초콜릿, 녹차크럼블 등 세 가지 재료에 화강암을 재현한 흑임자스폰지로 제주의 풍경을 담아냈다. 여기에 제주 우유로 만든 담백한 소르베를 곁들였다. 특별한 경험으로서의 미식을 가능케 하는 한식의 창의적인 신세계를 보여준 코스였다.

최고의 요리파 셰프를 뽑는 ‘블루리본 어워드 2015’의 수상자들. 왼쪽부터 임정식, 강민구, 이현희, 임기학, 여경옥 셰프. 블루리본 어워드 제공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은?

11년째 한국 레스토랑 평가서를 발간해오고 있는 블루리본서베이는 이날 ‘서울의 맛집 2016’도 새로 발간했다. 리본 세 개를 받은 최고의 맛집에 총 18개의 식당이 선정됐다. 여전히 호텔 레스토랑이 강세를 보였다. 롯데호텔의 중식당 도림ㆍ프랑스 식당 피에르가니에르서울ㆍ한식당 무궁화,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ㆍ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ㆍ중식당 팔선ㆍ일식당 아리아께, W호텔워커힐의 일식당 나무,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호텔의 프랑스 식당 테이블34 등 10개 업장이 최고의 맛집에 이름을 올렸다.

오너셰프들의 고군분투로 절반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리본 세 개의 개인 식당으로는 올해의 셰프에 뽑힌 임정식의 정식당과 임기학의 레스쁘아뒤이부, 청담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미피아체, 여의도 중식당 백리향, 방이동 소갈비 식당 벽제갈비, 청담동 스시 레스토랑 스시효, 최현석 셰프의 이탈리안 식당 엘본더테이블, 청담동 프렌치 레스토랑 팔레드고몽 등 여덟 곳이다. 한국 미식의 최전방이라 할 서울의 리본 세 개 레스토랑은 안타깝게도 지난해 21곳에서 올해 세 곳이 줄어들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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