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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법천사지, 탑 앞 공양보살상이 2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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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법천사지, 탑 앞 공양보살상이 2개였을까

입력
2015.10.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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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법천사지에서 발견된 석조보살좌상은 서탑을 향해 무릎 꿇은 자세를 취한 공양보살상으로 추정된다. 연꽃 모양의 받침돌과 대좌 위에 왼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다리 부분과 머리와 팔이 없는 몸통부를 올려놓은 모습. 문화재청 제공
원주 법천사지에서 발견된 석조보살좌상은 서탑을 향해 무릎 꿇은 자세를 취한 공양보살상으로 추정된다. 연꽃 모양의 받침돌과 대좌 위에 왼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다리 부분과 머리와 팔이 없는 몸통부를 올려놓은 모습. 문화재청 제공

강원 평창군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의 바로 앞에는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 있다. 높이 1.8m의 석상은 탑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고려 시대 화엄종의 특징을 보여주는 비슷한 공양보살상이 충남 논산시 개태사와 강원 강릉시 신복사지에서도 발견된다. 보통 탑과 석상이 한 짝이다.

한국 최대급 절터유적인 원주시 법천사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석조보살상의 흔적이 발견됐다. 특이한 것은 법천사에는 탑이 2개 있고 각각 짝을 이룬 공양보살상의 흔적도 2개가 발견됐다는 점. 이 사실이 확증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양보살상 2개가 배치된 사례를 발견하는 것이다.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 5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천사지 서탑지의 전면에는 6각형 지대석이, 동탑지의 전면에는 적심(積心ㆍ구조물의 기초부에 채워 넣은 흙과 돌)이 남아있었다. 서탑지 전면의 6각형 지대석은 기존에 발견됐던 연화앙련대좌(蓮花仰蓮臺座ㆍ연꽃이 위로 향하는 형태의 불상 자리), 연화복련대석(蓮花覆蓮臺石ㆍ연꽃을 엎어놓은 형태의 받침돌)과 모양과 기법이 맞아떨어진다. 석조보살상의 다리와 몸통 부분도 들어맞는다. 윤석인 강원고고문화연구원 책임조사관은 “원주역사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석조보살상의 머리까지 연결된다면 공양보살상 하나의 형태를 완성품에 가깝게 고증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탑지 전면에 남은 적심석은 아직까지 공양보살상의 흔적이라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위치상으로는 서탑지의 앞 지대석과 대응한다.

원주 법천사지 중심부 발굴현장. 금당 앞 두개의 탑지 아래쪽으로 각각 공양보살상이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남아 있다. 문화재청 제공
원주 법천사지 중심부 발굴현장. 금당 앞 두개의 탑지 아래쪽으로 각각 공양보살상이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남아 있다. 문화재청 제공

5월부터 발굴조사가 진행된 법천사의 중심사역은 남북 72.6m, 동서 52.5m 회랑 안에 금당(사찰의 본당)과 강당(강당)이 남북 일직선상에 놓이고, 금당 앞에 두 기의 탑이 배치된 2탑 1금당 형태의 가람배치다. 금당의 규모는 105.6㎡, 강당의 규모는 369.96㎡다. 규모가 경남 경주시 불국사에 비견할 만하다. 고려 초 절정에 달한 불교의 발전상을 볼 수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철재 은입사 말재갈 멈추개 1점이 출토됐다. 철제 말재갈에 은입사를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정교하고 세련된 꽃무늬가 고려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준다.

법천사는 전체 규모가 15만379㎡에 달하는 거대한 사찰이었다. 법천사 자리 북쪽으로는 주거지나 매장 공간도 발견돼 법천사를 중심으로 거대한 공동체가 형성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창건연도는 알 수 없으나 고려 때 고승 지광국사의 묘탑(廟塔ㆍ사리를 안치한 탑, 국보 제101호)이 있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불교계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 있는 지광국사탑이 법천사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관리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리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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