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에서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신형 항공기 1,450대가 필요하고, 절반 정도는 787과 777 같은 통로가 2개(Twin-Aisle)인 중소 광동형(wide-body) 기종이 차지할 겁니다.”
랜디 틴세스(Randy Tinseth) 보잉 상용기 부문 마케팅 부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말했다. 1950년대부터 매년 향후 20년간 세계 항공 시장 전망을 발표하는 보잉은 올해도 빠뜨리지 않고 한국을 찾았다.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이 내다보는 동북아 항공기 시장은 어떨까.
6,300 대 1,450
통상 동북아시아에는 중국이 포함되지만 보잉이 나누는 세계 시장은 이와 다르다. 동북아시아는 한국 일본 대만이고, 중국은 따로 분류한다. 항공기 대수가 비교 불가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20년간 중국의 신형 항공기 수요는 6,300대에 이른다. 동북아를 다 합친 1,450대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총 금액을 따져도 중국은 1조 달러(1,130조원), 동북아 3국은 3,100억 달러(약 350조원)다.
이런 이유로 보잉은 지난달 중국에 컴플리션(Completion)센터를 세웠다. 동체에 엔진만 얹은 항공기를 가져가 중국 고객에 맞게 현지에서 완성하기 위해서다.
중국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동북아 3국도 2010년 이후 연간 여객 증가율이 3.1%인데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으로 항공기 시장이 커지는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객 증가율이 동북아 평균보다 높은 5.9%다. 틴세스 부사장은 “앞으로 20년간 동북아의 항공 교통량은 연간 2.6% 비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향후 20년간 신형 항공기 수요에서 차지하는 몫은 300~315대다. 현재 우리 영공에서는 대형항공사(FSC)와 LCC를 통틀어 보잉 항공기 약 200대가 운항 중이다.
동북아는 통로 2개가 대세
보잉 예상으로는 앞으로 20년간 전 세계에 필요한 신규 항공기는 약 3만8,050대이고, 금액으로는 5조6,000억 달러(6,328조원)에 달한다. B737 같이 단일 통로(Single-Aisle) 소형기가 가장 많은 2만6,730대(70%)를 차지한다. 이어 B787 등 광동형 가운데 작은 기종이 4,770대(13%), B777 같은 중형 광동형이 3,520대(9%)다.
이게 세계 평균 전망인데 동북아는 양상이 좀 다르다. 통로 2개인 중소 광동형 기종이 딱 절반인 50%를 차지한다. 단일 통로 기종은 4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옆 중국만 해도 단일 통로 기종 수요가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보잉은 동북아 3국의 이 같은 차이가 지리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섬나라이고, 우리는 반도이지만 남북분단이란 특수한 상황 때문에 현재는 섬나라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3국 모두 인구 밀도는 엄청 높고, 해외여행객이 많아 최대 좌석수가 200석이 안 되는 단일 통로 항공기로는 감당이 안 되는 탓이다.
하지만 LCC가 시장을 넓히고 있어 장기적으론 변화도 점쳐진다. 틴세스 부사장은 “인천공항이나 일본 하네다, 나리타 등 동북아 주요 허브공항은 지난 10년간 노선이 80여 개나 늘었지만 취항 도시별 비행 당 좌석수는 감소했다”며 “비행 규모는 작고, 효율성은 높게 도시 간 운항 횟수를 늘리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방 시야 어두운 대형기
400명 이상을 한번에 태우는 대형기는 한때 글로벌 항공업계 양대 산맥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기술력 대결을 펼쳤던 기종이지만 시대가 변했다. 좌석을 모두 채우기 어렵고, 운항 효율성이 떨어져 항공기 시장에서의 인기도 확 줄었다.
보잉의 경우 수주잔량(Backlog) 5,689대 중 대형기종인 B747 비율은 1%에 불과하다. B737이 45%로 가장 많고, B787과 B777을 합친 게 54%다.
2034년까지 예상되는 세계 신규 항공기 수요(3만8,050대)에서도 B747 등 대형기는 540대에 그치고 있다.
동북아 3국에서도 2013년 이후 새로 개설된 장거리 노선의 39%는 B787이 차지했고, 35%는 B777의 몫이었다.
틴세스 부사장은 “보잉 뿐 아니라 에어버스도 대형 항공기 시장이 어렵고, 어떻게 좌석을 채울 것인지가 A380을 도입한 모든 항공사들의 고민”이라며 “다만 여객 이외에 항공 화물 시장도 계속 성장 중이라 앞으로는 활용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 틴세스 부사장은 두 자릿수로 성장 중인 동북아 LCC들의 화물시장 진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LCC는 하나의 목표와 전략을 끌고 가야 하는데, 화물까지 취급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며 “여기에 화물 도착지 중에는 여객 수요가 없는 곳도 많아 LCC가 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페덱스나 UPS 같은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