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드라마에 이들이 없었다면 인내심 부족한 시청자들은 진작에 채널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화끈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극중 악역과 대적하는 일명 ‘사이다’ 캐릭터들 얘기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 극중 최진리(백지원)는 자신의 이복동생의 불륜녀 강설리(박한별)에 “천벌 받을 거야 너. 내가 귀신이어도 너 가만 안 둬. 거지발싸개 같은 게 따박따박 말대꾸냐”며 모욕을 줬다. 극중에선 진리 역시 악랄하고 교만한 악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불륜녀를 향해 쏟아내는 그녀의 ‘막말’에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갔다 “일그러지는 설리 얼굴을 보니 통쾌했다”며 열광했다.
‘사이다’캐릭터는 한 없이 착하고 답답하리만큼 순진한 주인공을 대신해 진실을 밝히고 복수를 자처하며 드라마 속 ‘신 스틸러’역할을 해낸다. 대부분 주인공의 언니 혹은 친구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SBS 일일드라마 ‘돌아온 황금복’에서 말자(김나운)는 딸의 친부를 차마 밝히지 못하는 친구 은실(전미선)을 대신해 “아이고 답답해. 우리 금복이가 할머니 핏줄 맞아요”라며 진실을 폭로한다. 지난 16일 방송된 이 장면은 드라마 자체 최고순간시청률 20.35%을 기록했고 시청자들은“속이 뻥 뚫렸다”는 시청소감을 쏟아냈다. SBS 아침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에서도 시어머니(김혜리)에게 구박 받고 살던 며느리를 대신해 염순(오영실)은 통쾌한 복수를 펼치며 ‘사이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년 전 드라마인 SBS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한 하유미는 지금까지도 ‘국민언니’로 통한다. 여동생의 남편과 불륜녀 김희애가 나란히 동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을 목격한 뒤 김희애의 뒷목을 잡으며 “사람이야? 인간이야?”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장면은 네티즌들로부터 ‘역대급 사이다 응징신’으로 꼽힐 정도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의 조력자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크다”며 “연약하고 불쌍한 주인공과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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