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사립대에서 한 남학생이 여학우를 성추행 후 사과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교내에 실명으로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캡처
20일 연세대 총여학생회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A씨는 최근 교내에 "지난 9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이 있다"며 사과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실명으로 게재했다.
A씨는 사과문에서 "피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뒤 피해자가 잠든 사이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하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이용한 강도 높은 성폭력 가해를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두고 "피해자의 주체성을 무시한 채 이뤄진 폭력적 행동이었고 이는 어떤 설명이나 변명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행동"이라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겪었고 책임은 온전히 가해자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인 제가 학내 현안과 진보적 의제, 성평등센터 교육에 적극 참여해 활동한 이력 때문에 피해자가 저에게 신뢰를 가졌고, 이 때문에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절망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피해자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도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 사이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며 "이런 피해자의 의지가 소모적 추론과 추문으로 가려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과문은 피해 여학생과 총여학생회가 A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함에 따라 작성됐다고 총여학생회는 밝혔다. 피해 학생은 이와 별도로 사과문이 붙기 전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2013년 6월 성범죄의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면서 강제추행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아도 형사처벌된다. 다만, 공개 사과한 행위는 재판 과정에서 처벌 수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피해자 측에서 공개 사과를 원한 사실이 있고, 가해자가 이를 받아들여 사과문을 붙였다면 반성하는 태도로 볼 수 있어 양형에 참작사유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는 "피해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가해자 개인을 문제화한 것을 넘어 성폭력이 학내에서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학칙에 따른 공식 절차를 밟아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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