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여 그루 가을 풍경 장관
관광객 위해 늦게 따 불우이웃에게
충북 영동군은 올해 2억원을 들여 추풍령면 계룡리~추풍령리 국도 4호선 등 2개 구간 8㎞도로변에 800그루의 감나무를 심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영동 지역의 감나무 가로수 길은 총 138㎞로 연장됐다. 가로수로 심은 감나무는 1만 5,800여 그루로 늘었다.
전국 감 유통량의 7%(충북의 70%)가 생산되는 이 지역은 1970년대부터 감나무 가로수를 심기 시작했다.
영동읍 시가지부터 시작된 감나무 가로수 길은 주요 외곽도로는 물론 마을 안길, 농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덕에 감이 익어가는 철이면 읍내 상가는 물론 시골 마을까지 지역 전체가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풍성한 가을풍경을 선사한다.
영동군의 감나무 가로수 관리는 아주 특별하다.
군은 직영 감나무 양묘장에서 묘목을 직접 길러내 가로수로 심는다. 수세가 약해진 나무는 즉시 교체하고 있다.
올해도 군은 1억원을 들여 동해나 가뭄 피해를 입은 900여 그루를 교체했다.
영동군은 2000년 감나무 가로수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영동읍 부용리에 감가로수 유래비를 건립했다. 2004년에는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까지 만들어 가로수 인근 주민이 스스로 감나무를 돌보게 하고 있다.
영동 감나무 가로수는 2000년 (사)생명의 숲이 연 제1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거리숲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영동에서는 되도록이면 가로수 감을 늦게 수확한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주렁주렁 매달린 감 가로수 풍경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집 주변 가로수를 스스로 돌본 뒤 된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무렵 가로수 감을 수확해 이웃과 나눠 먹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쓴다.
영동군은 상강 하루 전인 23일 영동문화원 앞 영동천 제방에서 기관 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로수 감 따기 행사를 갖기로 했다. 여기서 수확한 감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데 쓸 참이다.
올해 감 작황은 예년보다 풍성하다. 겨울철 동해와 서리 피해가 적었고, 장마철 낙과 현상도 줄어든 덕분이다.
진상백 군 산림보호팀장은 “감나무 가로수가 감산업 특구로 지정된 감 고장 영동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 생기는 도로와 확장되는 도로 등에 계속해서 감나무를 심고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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