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이 100호(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한다.
1991년 4월 창간된 ‘솟대문학’은 수많은 문예지가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100호까지 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나 장애인 문학의 척박한 현실을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원금이 없으면 사실상 운영 불가능한 ‘솟대문학’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편집위원의 부탁 끝에 100호까지만 채우고 그만 내기로 했다.
‘솟대문학’은 방귀희 발행인 겸 편집인이 창간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1급 지체 장애인인 방씨는 1990년 서정슬, 강동석, 김옥진 등 장애 문인들과 함께 한국장애인문인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 ‘솟대문학’을 창간했다.
방씨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방송작가로 일할 때여러 장애인이 방송국에 보내오는 편지와 전화를 접하고서 이들이 문학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 만든 문예지”라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세상을 향한 외침을 글로 표현하며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방씨는 “‘솟대문학’은 여기서 마치지만 앞으로 문학과 미술, 음악을 아우르는 장애인 문화예술 종합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방씨는 100호에 붙인 기념사에서 “한꺼번에 손에 움켜쥐려는 한탕주의를 향해 우리는 보란 듯이 거북이처럼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단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며 “지난 25년 솟대문학은 가난했지만 비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호에는 자승 총무원장의 권두언과 수묵화가 석창우, 서양화가 김영빈, 판화작가 김의규 등 미술가들이 솟대문학 100호를 기념해 만든 작품 사진이 실렸다. 김진환, 손병걸 시인의 시와 김재찬의 소설, 강동석의 에세이 등도 담겼다. ‘솟대문학’ 구상 시인이 기탁한 발전기금 2억원으로 운영하는 구상 솟대문학상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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