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효주(왼쪽)-전인지.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1990년대 가요계 아이돌 그룹 지오디(god)와 젝스키스 팬클럽의 대표 컬러는 각각 하늘색과 노란색이었다. 당시 연말 시상식이나 콘서트에서는 이들 색깔의 풍선들이 물결쳤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퍼들은 '그린 위의 아이돌'로 통한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에서 막을 내린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이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볼 수 있었다. 파란색으로 대표되는 김효주의 팬클럽 '슈팅스타'와 노란색으로 상징되는 전인지의 팬클럽 '플라잉덤보' 회원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여자골프 팬덤(fandom•'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 스타를 좇는 팬들 또는 그들의 독특한 습성을 총칭)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슈팅스타(3,300여 명)와 플라잉덤보(5,200여 명)를 비롯해 김자영(3,100여 명), 최나연(2,600여 명), 양수진(1,400여 명) 등 선수들의 팬카페 회원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는 국내 여자골프 인기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주최 측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 총 갤러리 수는 5만6,653명이다. 작년 대회 대비 4,500여 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슈팅스타-플라잉덤보 회원들(아래, 한국스포츠경제DB).
현장에서 만난 팬클럽 회원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별 모양)'로 치장하고 대회장을 찾은 30대의 슈팅스타 회원 박혜진씨는 지난해 열린 LPGA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보고 김효주의 팬이 됐다고 했다. 박씨는 "김효주의 스윙은 행위예술이나 발레 동작을 연상케 한다. 실력뿐만이 아니다. 그는 언젠가 '사람은 착해야죠'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성이 남다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인격까지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며 팬클럽 회원이 된 이유를 밝혔다.
김효주는 데뷔 3주년을 맞았다. '효주 3주년(3rd)' 장식 모자를 쓴 한 여성팬(40)은 팬카페에서 닉네임 '나의기쁨효주'를 사용 중인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선수와 팬들간 교류가 많다. 김효주의 생일이 되면 한 자리에 모인다. 팬들은 그 자리에서 선물을 준다. 송년회 때도 모인다"고 언급했다. 김효주는 팬카페의 '저 효주에요' 게시판을 통해 틈날 때마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대회장 한쪽에서는 노란색 모자를 쓴 중년 남성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플라잉덤보 회원들이다. 팬카페에서 닉네임 '짱똘'을 사용하는 중년 남성의 서울지역 팬모임장은 '전인지의 매력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예쁘고 착하고 인성도 좋다. 굳이 말 안 해도 아는 걸 묻느냐"며 웃었다. 그 역시 "전인지는 팬들과 직접 라운딩도 한다. 지난해에는 4~5번 정도 했고, 올해는 2번 했다. 송년회 라운딩도 즐긴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첫날 플라잉덤보 회원들은 30명 이상 집결했다. 평일 낮 시간대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그는 "많을 때는 대회장에 100명도 온다"고 덧붙였다.
▲ 대회장 찾은 갤러리들(대회 조직위 제공).
스포츠심리전문가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전까지는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스포츠 팬덤의 주류를 형성했다. 여자골퍼 팬덤은 중장년 남성이 팬층의 주를 이룬다는 점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선수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새로운 팬덤 문화로 보인다"며 "팬들은 동일시 욕구(대리만족)와 소속에 대한 욕구, 관계성의 욕구 측면에서 선수들을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여가 시간의 증대, 소모임(온라인 카페, 동호회 등)의 확산도 팬덤 확장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결과에만 집착해 잘 하면 응원하고 못하면 악성 댓글을 다는 팬 문화보다는 공유와 후원, 지지가 중심이 된 건전한 팬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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