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가 세계 최고의 여자골퍼를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디아 고는 19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12.42점(2위)을 획득해 1위 박인비(12.69점)를 불과 0.27점 차로 추격했다. 지난주 0.26점보다 0.01점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둘의 상황이 확연히 달라 최고 선수 판세가 리디아 고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1일 끝난 '아시안 스윙'의 첫 대회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의 성적으로 선두에 4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4위의 호성적을 냈다.
반면 박인비는 8월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우승 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톱 텐 진입도 들쭉날쭉했다. 이번 KEB 하나은행 대회에서도 공동 15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 전 집안 일을 하다가 왼손가락에 실핏줄이 터지는 부상을 입었다. 퍼트 감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부상까지 당하며 대회에서 정상적인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박인비가 주춤하는 사이 리디아 고는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시즌 상금 부문 선두로 도약했다. 그는 241만6,753달러(약 27억8,000만원)를 기록하며 237만96달러의 박인비를 4만 달러 이상 차이로 역전했다. 평균 타수와 톱 텐 피니시율에서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69.395타의 리디아 고는 69.459타의 박인비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톱 텐 피니시율에서는 67%(14/21)로 59%(13/22ㆍ3위)의 박인비와 격차를 내고 있다.
다승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 부문에서는 공동 1위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시즌 4승씩을 거둔 둘은 올해의 선수 포인트가 243점으로 같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 부문에서 박인비가 1위, 리디아 고가 2위를 달리는 형국이었지만, 이제는 전세가 역전됐다.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의 마음이 불안한 법이다. 박인비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퍼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암에 걸릴 지경이다"고 심적 고충을 토로했다. '골프여제' 박인비의 정신력 회복이 남은 대회 리디아 고와의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의 정신력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최고 여자골퍼 경쟁에서 승리의 여신은 리디아 고의 손을 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생전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명언을 남겼다. 올 시즌 LPGA 투어에 대입한다면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경쟁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사진=리디아 고(KLPG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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