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육군의 김정원(24) 하재헌(21) 하사가 19일 1996년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 육상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자 모델, 영화배우로 활약 중인 미국인 에이미 멀린스(39)를 만났다. 이날은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 하사와 두 다리를 모두 잃은 하 하사가 처음으로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날이다.
이날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찾은 멀린스는 두 하사의 멘토를 자처하며 “다시 걷고, 뛰고, 수영할 수 있는 날을 그리며 명확한 목표를 세우라”고 당부했다.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던 멀린스는 탄소소재 의족을 착용한 채로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 육상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이어 1999년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 런웨이에 섰고, 2002년 영화 ‘크리스마스터3’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족을 착용한 채 살아가는 삶에 대한 두 하사의 물음에 멀린스는 ‘긍정의 힘’을 전파했다. 그는 “현재 착용하고 있는 의족은 걷기용이고, 운동할 때는 충격흡수가 가능한 특수밴드가 부착된 의족을 신는다”면서 “여성들이 당일 기분에 따라 립스틱 색을 바꾸듯 의족을 바꿀 때의 기쁨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항상 ‘혼자가 아니라 부모와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강한 정신력을 갖고 멋지게 사는 멀린스를 만나니 다리 한쪽을 잃은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더 멋지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고 화답했다.
두 하사는 1시간 30분 남짓한 만남에서 자신들의 첫 의족착용을 멀린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의족을 신고 멀린스 앞에서 이곳 저곳을 걸어 다닌 김 하사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이라고 첫 감상을 전했다. 왼쪽 다리에만 먼저 의족을 하게 된 하 하사는 이날까지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멀린스는 자리를 떠나기 직전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교훈을 두 하사에게 전했다.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은 결코 오지 않아요. 여러분도 이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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