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에 사는 김다민(20)씨는 19일 자정(0시)에 잠을 청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이 시간에 가수 김준수의 신곡 ‘꼭 어제’가 공개돼서다. 김준수의 팬인 김 씨는 “김준수의 신곡을 빨리 듣고 싶어 자정까지 기다렸다”며 “팬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숙면을 취할 자정에 가장 바쁜 곳 중에 하나가 음원사이트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정에 음원을 내는 가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열성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가 특히 이 시간대 음원 공개를 선호한다. 이날만 해도 김준수를 비롯해 그룹 블락비 멤버 지코가 자정에 신곡 ‘예스 오어 노’를 공개했다. 이달 솔로 앨범을 낸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도 모두 자정에 신곡을 낸 ‘자정파 아이돌’이다. 이런 신곡 공개 시간 변화로 정까지 잠을 자지 않고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찾아 들으려는 ‘자정족’들도 부쩍 늘었다.
그렇다면 아이돌 가수들은 왜 자정에 신곡을 낼까. 아이돌 기획사들은 자정이란 시간대가 “감수성이 무르익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음원차트 줄세우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란 게 음원사이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이돌 가수의 열혈 팬들 외에는 자정에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들이 드물기 때문에 이 때 신곡을 내면 자연스럽게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새벽에 올라간 순위의 효과는 아침 출근시간에 더 빛을 본다. 최태영 음악콘텐츠산업협회 과장은 “오전 6~9시 출근, 등교시간에 몰리는 음원사이트 이용자들은 새벽 사이 실시간 차트 순위에 오른 곡을 ‘뭐지?’하고 들어보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음원 자정 공개가 차트 순위를 왜곡한다”는 의견과“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차트 왜곡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렇다고 음원을 자정에만 공개하는 건 아니다. 아이돌가수가 아닌 중견 가수들은 주로 신곡 발표를 정오에 한다. 이달에 컴백한 이승환, 임재범, YB(윤도현밴드) 등은 모두 정오에 신곡을 공개한 ‘정오파 가수’다. 10~20대보다 곡의 소비속도가 느린 30대 이상을 주요 팬으로 둔 가수들이다. 팬층이 시간 맞춰 기다리는 연령대가 아닌 이들은 자정에 음원을 공개하면 오히려 시스템 오류 시 사고 대처가 어렵다는 단점만 남는다.
현재 음원 공개 시간은 자정 또는 정오 두 차례로 정해져 있다. 정수영 CJ E&M 음악사업부문 팀장은 “아무 시간이나 음원을 공개하면 음원사이트 종사자들이 24시간 동안 업무를 봐야 해 음원 공개 시간을 두 차례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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