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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문화정책 1순위는 독서 진흥"

입력
2015.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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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유럽연합 27개국의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유럽위원회가 조사한 ‘유로바로미터-유럽의 문화활동’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1년간 1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90%로 세계 1위다. 그 다음은 네덜란드 86%, 덴마크 82%, 영국 80% 등의 순이다.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74%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참고로 같은 해 한국의 독서율은 73%,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32%다.

스웨덴의 공공도서관은 만민교육이라는 굳건한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세기 초 노조와 정당을 중심으로 민주사회를 이끌어갈 시민 교육 차원의 학습동아리 운동이 크게 일면서 생겨난 작은 도서관들이 전국적인 공공도서관 체계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스톡홀름시립도서관 내부. 원형 서가로 둘러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1928년 건립된 이 도서관은 스웨덴 최초의 공공도서관이자 현대 건축의 걸작이다.
스톡홀름시립도서관 내부. 원형 서가로 둘러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1928년 건립된 이 도서관은 스웨덴 최초의 공공도서관이자 현대 건축의 걸작이다.

43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 수도 스톡홀름에서 도서관은 지하철 역에서 30분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최근에는 아예 지하철 역 구내에 도서관을 만들기도 한다. 스톡홀름의 외스터말름스토리 역 안에 2009년 5월 문을 연 스투레도서관은 지하철도서관 3호다. 퇴근길에 들르기 좋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공도서관마다 북클럽 운영은 기본이다. 도서관이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집이나 카페 등에서 만나는 책모임이 훨씬 흔할 만큼 일반적 풍속이다.

책 읽는 나라, 스웨덴은 이러한 노력과 전통 덕분에 가능했다. 스웨덴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독서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6년 제정된 도서관법을 대체해 2014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스웨덴의 새 도서관법은 지식의 소통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통한 민주사회 발전에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철학 아래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도서관’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해력과 독서를 높이고, 장애인과 외국계 이주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스톡홀름의 오래된 카페에 모인 북클럽 회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웨덴에서 책모임은 아주 일반적인 풍속이고 갈수록 늘고 있다.
스톡홀름의 오래된 카페에 모인 북클럽 회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웨덴에서 책모임은 아주 일반적인 풍속이고 갈수록 늘고 있다.

도서관을 비롯해 문화예술 전반을 지원하는 정부 기구인 스웨덴예술위원회가 올해 3월펴낸 보고서 ‘독서의 목표-독서 진흥의 방법과 조사’는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0년대 독서진흥 기금을 따로 마련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어린 세대의 독서능력과 독서습관이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진 연구다.

이 보고서를 쓴 스웨덴 예술위원회의 연구책임자 요나스 안데르손은 9월 29일 스톡홀름에서 만나 “현재 스웨덴 예술위원회의 정책 과제 1순위는 독서와 독서 진흥”이라고 소개했다. 5년 전부터 스웨덴의 21개 광역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별 문화도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책 읽기 확산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9월 29일 스웨덴예술위원회에서 만난 독서진흥 연구 책임자 요나스 안데르손. 비교문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9월 29일 스웨덴예술위원회에서 만난 독서진흥 연구 책임자 요나스 안데르손. 비교문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어느 나라고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보다 책을 덜 읽는 편이다. 안데르손씨는 “독서습관과 이해력에서 스웨덴도 남녀 차이가 크다“면서 ”남자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위원회는 책보다 운동을 좋아하는 6~18세 남자 아이들을 독서로 이끌기 위해 체육협회와 협력해 30개의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운동 트레이너나 인기 스포츠 스타가 나선다. 그는 “집에서는 아빠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남자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데, 이게 진짜 숙제“라고 말했다.

스웨덴예술위원회가 지원한 독서진흥 사업 중 성공 사례로 그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문학책 읽기를 꼽았다. 한국에서 문학 하면 소설, 시, 희곡 등을 떠올리는 것과 달리 스웨덴에서 이 단어는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교양서 전반을 가리킨다. 그는 “학교에는 도서관이 있지만 어린이집에는 대부분 도서관이 없어서 2005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면서 “교사들이 도서관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가 아이들과 책을 읽는데 큰 소리로 읽어주기 외에 책의 주제와 연결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결론으로 제시한 독서 진흥 전략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도록 일찍 시작하라 ▦가족 특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며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라는 내용을 포함한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적 독서를 권장하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롤모델을 활용하라 ▦큰 아이가 어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무엇을 읽을지 마음대로 선택하게 하라 ▦각 집단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목표를 달리 하라는 권고도 들어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같은 집단 독서도 방안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해 전 TV 예능 프로그램이 독서 캠페인을 하면서 그 프로가 선정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악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데 비해 스웨덴에서는 그런 쏠림 현상이 없다고 그는 전했다. 독서 생태계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찔리는 소리였다.

스톡홀름=글ㆍ사진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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